마크롱, 또 우크라 파병론…”어떤 것도 배제 안해”

마크롱 대통령이 25일 파리 소르본대에서 유럽의 미래를 주제로 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서방 진영에서 파문을 일으킨 ‘우크라이나 파병론’을 또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2일 보도된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에서 파병론에 대해 “우린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는 사람을 마주하고 있기 때문에 저 역시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능력은 신뢰를 유지하고 우크라이나에 저항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며 계속 돕는 것”이라면서도 “우리의 신뢰성은 우리가 무엇을 하거나 하지 않을 것인지 명확히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상대방을) 억제하는 능력에도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가 최전선을 돌파하고 우크라이나가 요청해온다면 우리는 당연히 스스로 이 질문을 던져야 할 것”이라며 “러시아에 대한 억지력 측면에서 이를 배제하는 건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 말(파병론)에 대한 러시아의 반응이 공격적이라는 것은 이것이 원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소르본 대학 연설 등에서 언급한 유럽 자강론도 거듭 밝혔다.

그는 “유럽은 프랑스 군대와 같이 견고하고 포괄적이며 효과적인 군대 모델을 보유했으나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곳은 아니다”라며 “현재 유럽에선 핵무장한 강대국이 호전적인 수사를 앞세워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 전체를 놓고 봤을 때 미국이나 중국보다 국방·안보 투자가 훨씬 적다며 “앞으로 미국의 동일한 보호를 받지 못할 것에 대비해 스스로를 보호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럽연합(EU) 회원국뿐 아니라 유럽 대륙에 있는 비회원국까지 한 테이블에 모여 공동 방위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런 공동 방위의 측면에서 EU 내 유일한 핵무기 보유국인 프랑스가 유럽의 ‘핵우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도 다시 한번 언급했다.

그는 “억지력은 주권의 핵심”이라며 “우리가 효과적이고 신뢰할만한 공동 방어의 전략적 개념을 구축하려면 알려진 사용 한도 내에서 핵무기도 그 논의에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유럽과 미국, 중국은 핵확산과의 싸움을 재개해야 한다”며 “점점 더 많은 국가가 핵무기와 군사적 핵 능력을 보유하는 세상은 위험과 무질서의 세계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오는 6∼7일 프랑스를 국빈 방문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회담 의제에 대해선 “시 주석을 맞는 제 주요 목표 중 하나는 국제 주요현안에 중국을 참여시키고 상호주의에 기반한 경제 관계를 논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과 대치하는 미국과는 다른 접근 방식을 제시한 셈이다.

그는 우선 “기후와 생물 다양성 등 문제에서 중국은 매우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10년 전 파리 기후협약에 도달할 수 있었던 건 외교적 노력뿐 아니라 그 몇 달 전 미·중의 합의 덕분”이라며 “이런 문제에서 중국과 합의하지 않으면 기후와 생물 다양성에 대한 진전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 “중국이 국제 질서의 안정에 발언권을 갖도록 하는 게 우리 이익에 부합한다”며 “저는 중국이 올림픽 휴전을 지지하고 핵확산 방지에 전념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중국산 자동차를 예로 들며 “중국은 생산 능력이 과잉이기 때문에 더는 유럽의 주요 수출 시장이 아니지만 중국은 그 자체로 수출 대국”이라며 무역 불균형과 정부 보조금 문제 등을 지적했다.

아울러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국임에도 국제 무역 규칙을 따르지 않지만 WTO가 이 상황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다며 “심각한 위기에 처한 WTO를 21세기에 맞게 재창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 내 민족주의 극우 세력에 대해선 “모든 유럽 민족주의자는 숨겨진 브렉시트 지지자로, EU 밖에서 나라가 더 강해질 거라 생각하지만 브렉시트로 영국은 더 가난해졌다”며 “이런 이들에게 열쇠를 맡기면 유럽이 강대국이 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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