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부터 감기 기운…매 이닝 어려운 경기”

“한미 통산 200승은 빨리하고 싶어”

우여곡절 끝에 KBO리그 통산 100번째 승리를 거둔 류현진(37·한화 이글스)은 흠뻑 젖은 채로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 기자회견실로 들어왔다.

그는 “후배들이 물을 끼얹고 축하 케이크까지 줬는데 기분이 매우 좋다. 이런 축하는 처음 받아봤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류현진은 30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SSG 랜더스와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7피안타 2볼넷 1탈삼진 2실점(1자책점)으로 호투, 팀의 8-2 승리를 이끌었다.

승리투수가 된 류현진은 올 시즌 2승(3패)째와 KBO리그 통산 100승(55패)째를 거뒀다.

2006년 KBO리그에 데뷔한 류현진은 2012년까지 한화에서 98승(52패)을 거둔 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했고, 올해 한화로 복귀해 지난 11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99번째 승리를 마크했다.

이후 두 차례 선발 등판 경기에서 승수 쌓기에 실패한 뒤 이날 경기에서 KBO리그 통산 33번째 100승 투수가 됐다.

MLB에서 78승(48패)을 거둔 류현진의 한미 프로야구 통산 승수는 178승으로 늘어났다.

류현진은 “경기 초반 힘있게 승부했는데 SSG 타자들이 대응을 잘했다”며 “매 이닝 어려웠던 경기였다”라고 돌아봤다.

류현진의 말처럼 이날 경기는 힘겨웠다.

0-0으로 맞선 2회엔 선두 타자 박성한의 타구를 2루수 이도윤이 포구 실책해 실점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류현진은 매 이닝 집중력을 발휘하며 실점을 최소화했다.

몸 상태도 좋지 않았다.

류현진은 “이틀 전부터 감기 기운이 있다”라며 “다만 감기 기운이 있는 날엔 오히려 (투구가) 잘 되는 경우가 많아서 신경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담감도 있었다. 시즌 초반 단독 1위를 질주하기도 했던 한화는 최근 하락세 속에 8위까지 떨어졌다.

100승 도전도 두 차례나 무위로 끝났다.

류현진은 ‘100승 달성에 관한 부담이 없었나’라는 질문에 “조금 신경이 쓰였지만 편하게 마음먹었다”며 “특히 대전 홈 팬들 앞에서 100번째 승리를 거둬 뜻깊다”고 말했다.

이날 류현진은 5회까지 88개의 공을 던졌으나 6회에 자진해서 마운드에 올라 삼자범퇴로 1이닝을 더 막아냈다.

류현진이 한 경기에 100구 이상을 던진 건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기 전인 2021년 8월 22일 MLB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전 이후 약 2년 8개월 만이었다.

그는 “선발 투수라면 그 정도는 던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5회를 마친 뒤 (박승민) 투수 코치님이 또 나갈 수 있냐고 물어봤는데 나가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올 시즌 내내 애를 먹였던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은 이날도 류현진을 괴롭혔다.

류현진은 5회 1사 2루에서 한유섬과 풀카운트 승부 끝에 절묘한 몸쪽 커브를 던졌는데 볼 판정이 나자 억울한 듯 너털웃음을 지었다.

6회 1사에서 고명준에게 던진 바깥쪽 직구가 볼로 판정됐을 때도 그랬다.

류현진은 “올 시즌 그것(볼 판정) 때문에 신경을 쓰다가 볼넷을 내주면서 어렵게 경기를 풀어가는 경우가 많았다”며 “오늘은 최대한 내색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돌아봤다.

‘6회가 끝난 뒤 마운드에서 내려오면서 주심에게 무슨 말을 했나’라는 질문엔 “‘스트라이크 아닙니까’라고 살짝 물어본 것”이라며 껄껄 웃기도 했다.

그는 이날 만루 홈런을 터뜨리고 수비에서도 만점 활약을 펼친 후배 노시환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류현진은 “매우 고맙다”라며 “그래도 노시환의 실력이면 당연히 그 정도는 해야 하지 않나”라고 말해 기자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100승 중 기억에 남는 승리를 묻는 말엔 “데뷔 후 첫 승과 오늘 승리”라며 “앞으로 기록에 관한 욕심은 없다. 다만 한미 프로야구 통산 200승은 빨리하고 싶다”고 밝혔다.

미국 진출 전 자신에게 강한 면모를 보였던 ‘천적’ 최정과 다시 맞상대한 소감에 관해선 “솔직히 의식을 많이 했다”며 “1회 첫 타석엔 미국 가기 전에 던지지 않았던 컷패스트볼 위주로 승부했다”고 말했다.

이후 “초구 이후로는 잘 참더라”라며 “다음에 만날 땐 어떻게 승부해야 할지 벌써 고민된다”고 덧붙였다.

류현진은 최정을 상대로 2타수 무안타 1볼넷으로 잘 막았다.

같은 시기에 MLB에서 활약했던 추신수와 맞대결에 관해선 “내가 던질 수 있는 공을 다 던지면서 신경 써서 대결했다”며 “(5회) 안타를 맞았는데 2루까지 뛸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나이도 많은데 무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농담했다.

추신수에겐 3타수 2안타 1탈삼진을 기록했다.

한편 류현진은 197경기 만에 100승을 달성해 역대 3번째 최소 경기 100승 기록도 세웠다.

이 부문 1위는 김시진 전 감독이 세운 186경기이고, 2위는 선동열 전 감독(192경기)이 갖고 있다.

한화 소속 선수로는 1997년 송진우, 1999년 정민철, 2000년 이상군, 한용덕에 이어 5번째로 100승 고지를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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