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존재하는 박테리아에 의해 분해가 잘되는 일반적인 생분해성 플라스틱과 달리 제조할 때 플라스틱에 박테리아 포자를 섞어 사용 후 매립된 플라스틱이 빠르게 분해되게 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조너선 포코로스키 교수와 김한솔 박사, 한국화학연구원(KRICT) 노명현 박사팀은 1일 과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서 플라스틱이 토양과 접촉하면 빠르게 분해되게 도와주는 미생물이 내장된 플라스틱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플라스틱 속 박테리아 포자는 휴면 상태로 있다가 버려져 매립되는 등 더 필요하지 않게 되면 깨어나서 플라스틱 분해를 돕는다며 이 기술이 전 세계 플라스틱 오염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휴대전화 케이스, 신발, 자동차 부품 등에 널리 사용되는 열가소성 플라스틱인 폴리우레탄에 적용했다. 폴리우레탄은 뚜렷한 재활용 방안이 없어 수명이 다하면 대부분 매립되고 있다.
논문 공동 제1 저자인 노명현 박사는 기존 생분해성 폴리우레탄 개발 연구는 기계적 특성이 손상되는 등의 문제로 어려움이 있었다며 이 연구는 물성을 훼손하지 않는 생분해성 폴리우레탄 개발을 목표로 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토양에서 발견되는 플라스틱 분해 박테리아인 고초균(Bacillus subtilis) 포자를 플라스틱 가공과정에서 첨가해 땅속처럼 박테리아 생존에 필요한 영양분이 있는 곳에서 빠르게 분해되는 생분해성 폴리우레탄을 개발했다.
먼저 고초균 포자가 100℃ 이상 고온인 플라스틱 가공 과정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끓는 물에 넣고 살아남은 것을 선발해 반복 배양하는 인공 유도 진화를 통해 135℃에서도 거의 완벽하게 살 수 있는 고초균 포자를 만들었다.
이어 고초균 포자를 섞어 생분해성 폴리우레탄을 만든 다음, 이 플라스틱을 퇴비에 들어 있는 영양분과 유사한 환경에 노출하는 실험을 통해 포자가 깨어나 활동하면서 플라스틱이 5개월 만에 90% 이상이 분해되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고초균 포자가 첨가된 생분해성 폴리우레탄은 일반 열가소성 폴리우레탄에 비해 인성(toughness)이 37%나 증가하는 등 물성이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 박사는 생분해성 폴리우레탄의 물성 향상 메커니즘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포자의 표면 단백질과 플라스틱 성분 간 화학적 상호작용 등의 요인이 물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박테리아 포자를 함유한 폴리우레탄이 기계적 특성이 우수하고 빠르게 분해돼 환경 면으로 유망한 기술이라며 재활용이 불가능한 기존 열가소성 폴리우레탄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노 박사는 “박테리아 포자를 첨가하는 기술을 다른 열가소성 플라스틱에 확대 적용하고, 포자에 합성생물학 기술을 추가해 특정 환경에서만 분해되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개발하는 등 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