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한인사회 최대 시련이자 한인과 흑인사회 간 비극의 역사로 기록된 1992년 LA폭동이 29일로 발발 32주년이 된 가운데, 한·흑 커뮤니티가 서로의 차세대를 돕는 장학사업을 시작해 뜻깊은 시도가 되고 있다.
LA한인회(회장 제임스 안)와 LA 흑인사회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기관 중 하나인 퍼스트 AME교회가 서로 협력해 마련했다. 이번 장학 프로그램은 미래를 이끌어 갈 차세대들이 서로의 사회로부터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한·흑 유대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며, 향후 성장해 서로에 대한 갈등과 분쟁이 아닌 화합과 협력의 길로 자연스럽게 나아갈 수 있도록 초석을 다지는 사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두 기관은 29일 LA한인회관에서 ‘한·흑 차세대 장학금 수여식’을 진행했다. LA한인회가 추천한 3명의 한인 예비대학생에게 퍼스트 AME교회가, 그리고 퍼스트 AME교회가 추천한 3명의 흑인 예비대학생에게 LA한인회가 상호 장학금을 수여하는 방식이었다.
선발 기준은 저소득 가정으로 각 커뮤니티의 모범적 활동을 펼친 학생들이라고 LA한인회는 설명했다. 이어 이번 첫 수여식을 시작으로 앞으로 4·29 기념사업으로 매년 개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LA한인회에서는 제임스 안 회장, 영 킴 이사장, 스티브 강 수석부회장, 에밀 맥 부회장이, 퍼스트 AME교회에서는 앤 챔피온 쇼 행정목사, 트레이시 비들먼 청소년부 디렉터, 샬린 사이러스 스페셜 이벤트 코디네이터 등이 자리해 장학금을 상호 전달했다.
LA한인회 추천 학생은 라이즈 고향 하이스쿨 졸업예정 2명, LA 센터 포 인리치드 스터디스(LACES) 졸업예정 1명 등이었고, 퍼스트 AME교회 추천 학생은 웨스트 랜치 하이스쿨 졸업예정 1명, 유니버시티 하이스쿨 차터 매그닛 졸업예정 1명, 알렉산더 해밀튼 하이스쿨 졸업예정 1명 등이었다.
각 학생에게 500달러씩의 장학금이 전달된 가운데 앞으로 매년 더 확대해 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LA한인회는 밝혔다. 단, 수혜 학생 이름을 포함한 자세한 신상은 이 학생들의 의도와 상관없이 저소득층임을 널리 알리게 되는 등 민감한 문제와 연결되기에 일반에게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제임스 안 회장은 “차세대를 향한 노력은 지속되야 한다. 오늘 장학금은 비록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서로가 서로에 상처만 주는 증오와 차별이 사라질 때까지 양 커뮤니티가 더욱 협력해 이를 위한 씨앗을 심는 장학사업이 계속 이뤄지길 바란다. 그래서 10년, 20년 후 청소년들이 사회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때 또 다른 화합과 협력을 이뤄 나가주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퍼스트 AME교회의 앤 챔피온 쇼 행정목사는 “악명의 역사로부터 32년의 시간이 지난 오늘 서로를 위해 장학금 수여하는 자리에 모였다는데 감회가 새롭다. 우리 차세대의 미래를 위해 투자하기로 한 LA한인회 측에도 감사를 전한다. 모두에게 하나님의 은총과 가호가 임하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LA한인회의 에밀 맥 부회장은 “이번 장학금 수여가 청소년들을 돕는 동시에 이들이 한인사회와 흑인사회의 유대관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퍼스트 AME교회와 앞으로도 계속 협력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주한국일보 – 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