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기 둔화의 여파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대기업 법인세수가 급감하면서 3월 국세수입이 6조 원이나 감소했다. 고공 행진을 하고 있는 국제유가에 유류세 인하 조치가 계속 연장될 가능성이 높아 지난해 역대급 세수 결손(-56조 원)에 이어 또다시 대규모 ‘세수 펑크’가 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30일 발표한 ‘3월 국세수입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국세수입은 26조 9000억 원으로 1년 전 대비 6조 원 줄었다. 올 1분기 국세수입(84조 9000억 원)도 전년에 비해 2조 2000억 원 쪼그라들었다.
핵심 원인은 법인세다. 12월 결산법인은 일반적으로 다음 해 3월 법인세를 납부한다. 그런데 지난달 걷힌 법인세가 15조 3000억 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5조 6000억 원 감소했다. 법인세는 1~3월 기준으로도 5조 5000억 원 축소됐다. 이는 손실로 세금을 내지 못하는 기업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적자 전환 법인은 코스피가 14개, 코스닥이 94개 증가했다.
법인세와 함께 3대 세목인 소득세 수입도 줄었다. 주요 기업의 성과급 삭감에 근로소득세가 5000억 원 감소했다. 부동산 증여 거래가 줄면서 상속·증여세도 3000억 원 덜 걷혔다. 그 결과 3월 국세수입 진도율은 23.1%로 최근 5년 평균치(25.9%)보다 2.8%포인트 낮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올해 (최소한) 수조 원 규모의 세수 결손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유류세 등 탄력세율을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의 경기다. ‘깜짝’ 성장세를 보였던 1분기 국내총생산(GDP)과 달리 이날 나온 3월 산업생산이 전월 대비 -2.1%를 기록했다. 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자 4년여 만의 최대 낙폭이다. 정부는 1분기 GDP에 3월 생산 수치가 반영됐다는 입장이지만 최근의 경기지표가 나빠졌다는 점에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고물가와 환율 변수로 경기회복세가 더뎌지면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세입도 위축될 수 있다.
서울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