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아랍권, 가자전쟁 종식 기회 잡으려 필사적 외교전
‘즉각휴전’ 인질가족 시위도 격화…극우인사들은 ‘휴전시 연정붕괴’ 으름장

5개월 넘게 공전해 온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휴전 협상에 이번에는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협상 요구안에 대한 논의 자체가 시작되지 않던 이전과 달리 양측이 접점을 찾은 듯 제안과 답변에 진지하게 임하는 행보가 속속 포착되면서 7개월째를 향해가는 가자전쟁 중단에 대한 희망이 높아지는 양상이다.

지난 26일 이집트를 통해 이스라엘의 새 휴전협상안을 전달받은 하마스 내부에서는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AFP 통신 취재에 응한 하마스 고위 당국자는 협상안을 검토한 결과 ‘큰 문제’가 없었다면서 “이스라엘 쪽에 새로운 장애물이 나타나지 않는 한 분위기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휴전협상안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하마스가 인질 일부를 풀어주고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 수감자 수백명을 석방하면 10주간의 휴전에 들어간 뒤 영구 휴전과 관련한 추가협상을 진행한다는게 협상안의 골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와 관련, 익명의 이스라엘 당국자들을 인용, 지금껏 최소 40명의 인질이 석방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던 이스라엘 정부가 33명만 풀려나도 받아들일 용의를 보이고 있다고 29일 보도했다.

특히 주목할 지점은 하마스를 궤멸시키겠다며 지금껏 항구적 휴전을 거부하던 이스라엘이 이른바 ‘지속 가능한 평온의 회복’을 논의할 수 있다며 한발짝 물러서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는 점이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철수와 영구휴전 없이는 협상을 위한 지렛대인 인질을 결코 풀어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는데 이를 계기로 타협점을 찾을 여지가 생겼다.

가자전쟁 발발 후 7번째로 중동을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하마스가 받아 든 제안은 이스라엘로선 대단히 관대하다(extraordinarily generous)”고 평가하면서 “하마스가 조속히 올바른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희망을 피력했다.

이집트 카이로에 파견돼 이스라엘이 전달한 새 휴전협상안을 검토한 하마스 협상대표단은 같은날 저녁 일단 귀국하면서 ‘서면 답변’을 지니고 돌아오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카타르에 있는 하마스 정치국 소속 인사들로 구성된 협상대표단은 휴전 협상의 하마스측 최종 결정권자인 가자지구내 군사지도자 야히아 신와르를 비롯한 군사조직 수뇌부들과 협의해 서면답변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결과를 섣불리 낙관할 수는 없지만, 이번 협상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지구 공격을 감행하기 전에 이뤄질 사실상 마지막 휴전 기회라는 점이라는 점에서 하마스 측도 어느 정도 전향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처럼 휴전 가능성에 대한 희망이 커지면서 한편으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느끼는 압박감도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미 CBS방송은 짚었다. 

미국과 중동 주변국은 휴전협상 성사를 위해 외교력을 총동원하며 라파 진격을 공언한 이스라엘에 자제를 압박하고 나섰고,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인질 가족들을 중심으로 휴전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어서다. 

이스라엘의 양보로 휴전 협상을 되살릴 물꼬가 트였다고 판단한 미국과 중동 주변국은 휴전을 성사시키기 위해 외교력을 총동원, 네타냐후 총리를 압박 중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새 휴전협상안을 전달받은 하마스가 이집트 카이로에 협상대표단을 파견하기로 하자 28일 네타냐후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고 휴전 협상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이튿날 세계경제포럼(WEF)이 진행 중인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를 찾아 관련국 당국자들과 잇따라 회동하며 외교전을 이어갔다.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휴전을 요구하는 인질 가족들의 시위가 격화하면서 네타냐후 총리는 점점 궁지에 몰리고 있다. 

미 CBS방송은 이들이 네타냐후 총리가 인질 석방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고 규탄하며 정기적으로 대규모 집회를 열어왔으며, 일부 집회에선 인질 가족이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편으로는 이스라엘 극우 연정의 핵심 구성원인 극우파 장관들이 하마스와의 휴전 협상을 극렬히 반대하면서 네타냐후 총리는 바야흐로 전방위적으로 압력에 처하면서 진퇴양난의 처지에 놓인 모양새라고 CBS는 진단했다. 극우 성향의 베잘렐 스모트리히 이스라엘 재무부 장관은 이집트를 통해 전달된 휴전협상안을 ‘굴욕스러운 항복’이라고 규정하면서 140만명의 팔레스타인 피란민이 하마스 잔존세력과 뒤섞여 있는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 대한 공격을 강행할 것을 주장했다.

그는 “만약 당신(네타냐후)이 백기를 들고 즉각 라파를 점령하라는 명령을 취소하기로 결정한다면 당신이 이끄는 정부는 더는 존재할 권리를 갖지 못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스모트리히 장관은 또다른 극우인사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과 함께 2022년 12월 네타냐후의 재집권을 도운 핵심 인물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주도하는 극우성향 정치연합 독실한 시온주의자당이 지지를 철회하면 연정이 붕괴한다는 점을 내세워 이미 여러차례 네타냐후 총리를 압박, 강경 정책을 관철한 이력이 있다.

그러나 이들의 요구대로 라파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지상전이 개시되면 막대한 수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으면서 이스라엘의 외교적 고립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돼 네타냐후 총리는 전방위적인 압박 속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몰린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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