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 확정을 앞두고 차기 의사단체 회장이 ‘죽을 각오’로 맞서겠다며 강력한 투쟁을 시사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의 해산과 함께 ‘강경파’ 인사인 임현택 차기 의협 회장이 본격적으로 등판한 가운데, 전국의 의대 교수들은 정기적인 ‘주 1회’ 휴진을 선언하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29일(이하 한국시간) 의료계에 따르면 임 당선인은 전날 의협 제76차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최전선에서 사투하고 있는 전투병의 심정으로 결연하고 강한 모습으로 대응하겠다”며 “의료를 사지로 몰아가는 정책에 대해 죽을 각오로 막아낼 것”이라고 대정부 투쟁 수위를 한층 높일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정부가 2천명 의대 증원 발표,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을 백지화한 다음에야 의료계는 원점에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힌다”며 “그렇지 않고서는 의료계는 어떠한 협상에도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당선인의 공식 임기는 내달 1일부터지만, 의협 비대위가 업무를 종료한 데 따라 이제 의협은 임 당선인 체제로 본격적으로 전환하는 분위기다.
의협은 지난 2월 초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 이후 약 3개월간 비대위 체제로 운영돼왔으며, 비대위는 전날 대의원회 총회에서 공식 해산했다.
의협의 의결기구인 대의원회 의장도 임 당선인 측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하겠다고 약속해 대정부 강경 태세에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의협 대의원회는 의협의 사업계획·예결산 심의·정관 개정 등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다. 의협 집행부가 실행기구라면, 대의원회는 의결기구다.
전날 선출된 김교웅 신임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의협) 집행부가 잘하도록 대의원회에서 적극 후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임 당선인은 대정부 투쟁 수위를 높이며 ‘행동’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임 당선인은 회장 선거 때부터 당선 시 ‘의사 총파업’을 거론한 바 있고, 전날 총회에서도 “말보다는 행동으로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의협이 강경파를 중심으로 투쟁에 나설 채비를 하는 가운데, 매주 1회 휴진하겠다는 의대 교수들은 정부가 ‘증원을 확정 발표 시’ 휴진 기간이 더 늘어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지난 26일 총회를 열고 당직 후 24시간 휴식 보장을 위한 ‘주 1회 휴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전의비는 정부가 의대 증원을 발표할 경우 휴진 기간에 대해 ‘다시’ 논의하겠다고 밝혀 환자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현재는 매주 1회 휴진이지만,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의비 관계자는 “정부가 의대 증원을 밀어붙여 발표하면 교수들도 항의의 표시로 행동을 달리할 것”이라며 “휴진에 참여할지 말지, (1주일에) 며칠 휴진을 할지, 얼마나 할지를 다시 정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이번 주부터 ‘빅5’로 불리는 서울시내 대형병원 다섯 곳에 소속된 교수들이 일제히 주 1회 휴진한다.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은 화요일인 이달 30일, 서울아산병원과 서울성모병원은 금요일인 내달 3일에 각각 휴진한다. 삼성서울병원 교수들은 진료와 수술이 없는 날을 골라 하루 쉬기로 했다.
각 의대 교수 비대위 차원의 결정으로, 각 교수가 자율적으로 동참 여부를 선택한다. 휴진하더라도 응급·중증 환자와 입원 환자에 대한 진료는 유지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