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멀티 레이블’ 운영 허점 드러내

회사 소속 가수 뮤비 1~2일 새 연달아 내지 않는 게 일반적
“어른들 싸움에 상처받지 않길” 뉴진스 신곡 MV 내자 응원
민 대표 ‘하이브 뉴진스 홀대’ 주장 반사 효과?

하이브 ‘멀티 레이블’ 운영 허점 드러내

6시간.

지난 27일 하이브 소속인 래퍼 지코와 그룹 뉴진스의 뮤직비디오 공개 시간 차이다. 같은 회사 소속 가수들의 신곡이나 뮤직비디오는 1~2일 새 연달아 내는 걸 피하는 게 멀티 레이블이 일반적으로 택하는 전략이다. 소비자의 관심이 분산돼 같은 회사 소속 가수끼리 유튜브와 음원 플랫폼에서 ‘밥그릇 싸움’을 벌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코와 뉴진스가 같은 날 K팝 시장에서 경쟁을 벌인 건 하이브가 산하 레이블(음악 기획사) 신작 공개 시기 조율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이브가 단기간에 초고속 성장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멀티 레이블 체제 운영의 허점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다. 하이브는 65개 기업, 11개의 레이블을 거느리고 있다. 지코는 하이브 산하 코즈엔터테인먼트에, 뉴진스는 어도어에 각각 소속돼 있다.

하이브 ‘유튜브 인기 MV 1, 2위’ 그림자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유튜브에선 하이브의 ‘한 지붕 경쟁’이 벌어졌다. 상황은 이랬다. 지코는 지난 26일 오후 6시 신곡 ‘스폿!’ 뮤직비디오를 공개했고, 그 후 6시간 뒤인 같은 날 자정 뉴진스가 신곡 ‘버블검’ 뮤직비디오를 선보였다. 같은 회사 소속 가수들이 6시간 차이로 신곡 뮤직비디오를 연달아 공개하기는 이례적이다. 지코와 뉴진스의 뮤직비디오는 27일과 28일 이틀 동안 유튜브에서 ‘인기 급상승 뮤직비디오’ 순위 1~2위를 다투고 있다. 현란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뮤직비디오는 요즘 K팝 시장에서 글로벌 소비자를 불러 모으는 가장 중요한 ‘미끼’이고, 지코와 뉴진스는 하이브의 간판스타들이다. 하이브 관계자는 “레이블의 자율성 보장을 위해 각 소속 가수의 (콘텐츠 공개 및 활동 시기 변경 등의) 일정은 레이블이 자체적으로 결정한다”고 밝혔지만, 중요한 콘텐츠 공개 일정을 조율하지 못해 하이브가 산하 레이블의 ‘내부 경쟁’만 드러낸 꼴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상화 음악평론가는 “프로모션(홍보) 일정이 겹치면 관심과 화제성이 한쪽으로 쏠려 특정 콘텐츠가 빛을 제대로 보지 못할 가능성이 적잖다”며 “매출 극대화를 위한 ‘밀어내기’로 비칠 수 있는 만큼 하이브가 신중하게 고민하고 전략을 짰어야 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어른들의 이해 충돌에 상처받지 않길”

하이브와 어도어의 갈등 속에서 활동이 위축될 우려를 샀던 뉴진스는 신곡 ‘버블검’ 뮤직비디오로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다. 28일 오전 10시 기준 뉴진스의 ‘버블검’ 뮤직비디오는 조회수 1,000만 건을 넘어섰다. 댓글 수는 6만3,000건을 넘겼다. 뉴진스의 지난해 히트곡인 ‘ETA’ 뮤직비디오에 달린 댓글 수 3만1,000여 건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수치다. 방 의장과 민 대표의 불화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양측 분쟁 속에 민 대표가 ‘하이브의 뉴진스 홀대’를 주장하면서 팬들의 관심이 더욱 쏠린 결과로 풀이된다.

‘버블검’ 뮤직비디오 댓글창엔 ‘어른들의 싸움’에 상처받지 않길 바라는 뉴진스 팬들의 마음이 수북이 쌓였다. “어른들의 비겁함에 너희의 청춘이 아프지 않기를 바라. 늘 지켜줄게” “어른들의 이해관계 충돌로 인해 영향을 받으면 절대 안 되는 소중한 K팝의 보물” 등의 댓글이 달렸다.

‘버블검’ 뮤직비디오는 ‘소녀들이 작은 마을에서 보내는 여름방학’처럼 풋풋하게 연출됐다. 민 대표가 뮤직비디오를 기획했다. 기존 히트곡이었던 ‘디토’ 등과 비교해 비트는 차분해졌고, 새소리를 연상케 하는 음향 효과가 어우러져 노래는 더 편안하게 들린다. 뉴진스는 ‘버블검’ 등이 실릴 미니 앨범 ‘하우 스위트’를 다음 달 24일 발매한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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