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해임’ 대통령 권한 복원해 적극 휘두를 것”
법무부·FBI 등 표적…트럼피즘 위한 민주주의 훼손 우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승리해 재집권에 성공하면 연방정부 조직에 대한 대규모 개편을 감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국가를 좌우하는 비밀집단인 ‘딥스테이트'(deep state)에 직업 공무원들도 포함돼 있으며 법적·현실적 이유로 자신의 정책을 반대하는 공무원들에 대해 자신을 무조건 방해한다는 인식을 공공연히 드러내 왔다.
따라서 그가 백악관에 다시 입성할 경우 연방정부 전반에 ‘칼바람’이 예견된다는 것이 언론의 평가다.
27일 CNN 방송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그간 발언과 보수진영의 집권 청사진인 ‘프로젝트 2025’ 등을 토대로 그가 재집권할 경우 연방정부의 규모와 범위를 그의 구미에 맞도록 변화시킬 것이라고 관측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선 공무원 지위 보장제 폐지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그는 대통령이 그의 의지에 따라 “모든 행정부 직원을 해고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공언하며 10만 개 자리를 워싱턴 밖으로 옮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CNN은 이 같은 계획은 모든 부서를 폐지하거나 와해하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한 캠프 홈페이지에 올린 입장문에서 “2020년 내가 내렸던 행정 명령을 즉시 재발효해 불량 관료를 제거할 수 있는 대통령의 권한을 복원하겠다”며 “나는 그 힘을 매우 공격적으로 휘두를 것”이라고 예고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임기 말에 정책 입안과 관련된 공무원의 법적 보호를 박탈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철회한 바 있다.
CNN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정기관 등 연방의 주요 부처의 독립성을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내다봤다.
트럼프 1기 당시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을 지낸 러셀 보우트는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한 영상에서 “워크(Woke)와 무기화한 관료제”에 대한 해체 계획을 설명하며 법무부, 연방수사국(FBI), 환경보호국(EPA) 등을 그 대상으로 거론했다.
워크는 고착된 사회 규범에 도전하거나 포용, 공정을 증진하려는 운동이나 활동가를 뜻하는 말이다. 미국 보수진영은 진보 정체성에 대한 강요나 진보 활동가를 지칭할 때 이 말을 냉소적으로 사용한다.
CNN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 자신의 정적을 검찰이 기소하길 바랐지만, 당시 고위 당국자들은 법무부가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전통에 따라 이에 저항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임기 말 자신의 측근인 제프리 클라크를 법무부 장관 대행으로 임명하려 했고, 재집권 시 클라크 등의 도움으로 이런 전통을 뒤집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프로젝트 2025’에 역시 국토안보부와 FBI 해체, EPA 권한 축소, 교육부와 상무부 제거, 연방통신위원회(FCC)와 연방거래위원회(FTC)의 독립성 박탈 등과 관련한 구상이 포함돼 있다고 CNN은 전했다.
동시에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인사를 위한 인물 데이터베이스도 ‘프로젝트 2025’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같은 계획이 실행될 경우 정부 조직이 정치화하고 베테랑 공무원들이 내몰리며 부패 문제가 퍼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도널드 모이니핸 조지타운대 교수는 “이는 국민의 기본권을 위협하는 일”이라며 “이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실질적 위협”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