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택 당선인 “정부가 하루빨리 국민·의료계에 사과하라”

의협 비대위 공식 해산…김택우 비대위원장 “집행부에 힘 실어달라”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이 지속하는 가운데 임현택 차기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당선인이 ‘증원 백지화’ 없이는 어떠한 협상에도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다시금 강조했다.

의협은 그간 가동했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해산하고 임 당선인 체제로의 본격적 전환을 예고했다. 새롭게 선출된 의협 대의원회 의장도 집행부를 적극 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의료계 내 대표 ‘강경파’로 불리는 임 당선인 체제가 본격화하면서 대정부 투쟁 수위가 한층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 임 당선인 “‘백지화’ 없으면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겠다”

임 당선인은 28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서울에서 열린 의협 제76차 정기 대의원총회에 참석해 “한국 의료가 낭떠러지로 곤두박질치고 있는데도 정부는 문제 해결을 위한 진정한 자세를 취하기는커녕 의료 개혁이라며 의대 정원 증원 2천 명을 고수하고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를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당선인은 “이건 의정 갈등이 아니라 오로지 정부의 일방적인 권력 남용으로 촉발된 의료 농단”이라며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는다면 하루빨리 국민과 의료계에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원점에서 재검토하지 않으면 정부와의 협상 테이블에 나서지 않겠다고도 밝히며, 강력한 투쟁을 행동에 옮기겠다고 시사했다.

정부는 2025년도 의대 모집 정원을 증원분의 50∼100% 범위에서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게 하면서 ‘2천명 증원’에서 한발 물러났지만, 의료계는 이러한 방안에 대해서도 반대하고 있다. 지난 25일 대통령 직속으로 출범한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도 의협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참여하지 않았다.

임 당선인은 “정부가 우선적으로 2천명 의대 증원 발표,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을 백지화한 다음에야 의료계는 원점에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힌다”며 “그렇지 않고서는 의료계는 단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며, 어떠한 협상에도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들의 건강과 의료의 미래를 위해 현장의 최전선에서 사투하고 있는 전투병의 심정으로 결연하고 강한 모습으로 대응하겠다”며 “잘못된 정책에 대해서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올바른 목소리를 낼 것이며, 의료를 사지로 몰아가는 정책에 대해서는 죽을 각오로 막아낼 것”이라고 했다.

임 당선인에 이어 의협 대의원회도 정부를 향해 ‘백지화’를 거듭 요구하고, 각종 행정명령을 철회하라고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대의원회는 정부를 향해 “의대 2천명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치지를 전면 백지화하고 대화에 나서라”며 “책임자를 문책하고, 과학적 의사 수 추계를 위한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기구를 설치하라”고 요구했다.

◇ 의협 비대위 해산으로 ‘단일화’ 모양새…대정부 투쟁 수위 관심

제42대 의협 회장으로 선출된 임 당선인은 의료계 안에서도 대표적인 ‘강경파’로 분류되는 인사다.

공식 임기는 내달 1일 시작되지만,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사실상 업무를 종료하고 이날 대의원회에서 해산하는 데 따라 임 당선인 측이 이제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해온 임 당선인이 취임하면 의협이 대정부 투쟁을 한층 강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비대위를 이끌어왔던 집행부와 새롭게 선출된 의협 대의원회 의장도 차기 집행부에 협력하겠다고 공언한 터라 임 당선인 측에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의협 대의원회는 대의원회 산하 비대위를 공식 해산했고, 대의원회 의장으로 김교웅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한특위) 위원장을 선출했다.

김택우 위원장은 “이제는 비대위를 해산하고 집행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며 “전공의와 교수들이 의협을 중심으로 힘을 합치는 게 가장 합리적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교웅 신임 의협 대의원회 의장 역시 당선 인사에서 “(의협) 집행부가 잘하도록 대의원회에서 적극 후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 대의원회는 의협의 사업계획·예결산 심의·정관 개정 등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다.

이로써 임 당선인을 중심으로 강력한 투쟁이 전개될 가능성이 커졌고, 교착 상태에 빠진 의정갈등 해결의 실마리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졌다.

임 당선인은 정부의 의대 증원이 발표된 후 회장 선거에 이르기까지 정부와 당국자를 강도 높게 비판해왔다.

최근에도 연일 강도 높은 발언을 이어가는 중이다.

최근 임 당선인 측은 의대 교수들의 휴진 등 결의와 관련해 정부가 “관계 법령을 위반하는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자 복지부가 의대 교수들을 범죄자 취급하고 있다며 거친 표현으로 반발하기도 했다.

임 당선인의 회장직 인수를 돕는 인수위는 전날 “정부가 교수님들께 동네 양아치 건달이나 할 저질 협박을 다시 입에 담을 경우 발언자와 정부에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임 당선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만약 정부가 의대생들 털끝이라도 건드린다면 남은 건 오로지 파국뿐”이라고 적으며 긴장감을 고조시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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