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국무부 내부 메모 보도
“무기지원 중단시 이란 위협 대응 제한 의견도”
블링컨, 내달 초 이스라엘 국제법 위반 여부 의회 보고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인들을 겨냥해 국제법을 위반하는 수준으로 무기를 사용했을 수 있다는 지적이 일부 미국 당국자들 사이에서 제기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27일 보도했다.
로이터가 파악한 국무부 내부 메모에 따르면 일부 고위 당국자들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에게 이스라엘이 미국에서 지원받은 무기들을 인도주의 국제법에 따라 사용한다는 확언을 신뢰할 수 없다고 조언했다.
블링컨 장관은 다음달 8일까지 이스라엘이 미국으로부터 제공받은 무기들을 사용할 때 미국 법이나 국제법의 위반 여부에 대해 의회에 보고해야 하는데 지난 3월 24일까지 국무부 내 최소 7개 부서가 블링컨 장관에게 이와 관련한 메모를 전달했다.
한 미국 당국자는 “국무부 내 일부는 이스라엘의 확언을 받아들이는 것을 선호했고 일부는 그것들을 거부하는 것을 선호했으며 일부는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무부 부서들의 의견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민주주의 인권과 노동, 인구, 난민과 이주, 글로벌 형사 사법제도와 국제기구 현안 등을 각각 담당하는 4개 부서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치르는 동안 국제 인도법을 지키지 않는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들 부서는 그 근거로 이스라엘군이 보호 장소와 민간인 시설들을 반복해서 공격한 점, 중대한 민간인 피해에 대해 책임자 추궁을 거의 하지 않은 점, 전례 없는 속도로 인도주의 노동자들과 기자들을 살해한 점 등 8가지 사례를 인용했다.
또 이스라엘이 인도적 구호품 중 일부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전용될 수 있는 ‘이중 용도 제품’에 해당한다며 가자지구로 들어가려는 트럭들을 자의적 기준으로 허용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이들 4개 부서와 달리 정치·군사 사건을 담당하는 부서는 국무부 내부 메모에서 미국이 무기 제공을 중단하면 이스라엘에 이란 등 외부의 잠재적 위협에 대응하는 능력을 제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무부의 법률 담당 부서는 이스라엘의 무기 사용과 관련해 확실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고 한 소식통이 로이터에 전했다.
국무부 산하 대외원조기관인 국제개발처(USAID)의 경우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숨진 가자지구 주민 3만여명 중 약 3분의 2가 민간인이라는 점이 국제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유출된 문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며 “장관은 국무부 내부에서 다양한 의견을 자주 듣고 있으며, 모든 의견을 고려한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위반할 수 있다는 일부 당국자들의 문제 제기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내 라파를 겨냥한 대규모 공격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나왔다고 짚었다.
이스라엘이 피란민 100만여명이 밀집한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 지상군을 투입할 경우 민간인들의 인명피해가 우려된다.
미국 정부는 가자지구 내 막대한 민간인 피해를 꾸준히 경고하면서도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