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첫 회담에 나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어떤 의제를 어떤 수위로 던질지 관심이 쏠린다.
4·10 총선에서 압승한 제1야당의 대표로서 윤 대통령을 만나면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몇 차례나 공언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대표가 대통령실의 제안을 수용해 사전 의제 조율을 건너뛰고 ‘자유 회담’ 형식을 수용한만큼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야당의 선명한 입장을 전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간 첫 회담은 29일(한국시간)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1시간 넘게 의제 제한이 없는 차담 형식으로 열린다.
정해진 의제가 없어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가능하지만, 오·만찬 형식에 비해 회담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은 만큼 이 대표는 ‘백화점식’ 의제 나열보다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28일 민주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대표는 ‘민생 회복 조치’와 ‘국정기조 전환’을 양대 키워드로 회담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선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민생 분야에서 이 대표는 총선 과정에서 공약했고 자신이 줄곧 주장해온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지원금 지급’을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실은 국민 모두에 현금을 나눠주는 방안에 부정적이지만, 이 대표는 ‘민생의 골든타임’을 고려해 지원금이 시급하다고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 정부가 핵심 과제로 꼽았으나 가시적인 진전이 없는 연금 개혁 방안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의 명확한 입장이 무엇인지 따져 물을 가능성이 있다.
의정 갈등과 관련해선 여야, 정부, 의료계가 참여하는 4자 협의체 구성을 거듭 제안하며 윤 대통령을 압박할 수도 있다.
국정 기조 전환과 관련해선 이 대표의 발언 수위가 한층 높아질 가능성이 있어 주목되는 지점이다.
우선 이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자제를 촉구하면서 각종 특검 수용을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일단 민주당이 21대 국회 마지막 회기인 5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를 공언한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상병특검법) 수용을 요구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이에 더해 이태원 참사 특별법과 방송 3법 등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잇달아 행사한 데 대한 유감을 표명하거나 사과를 요구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가 윤 대통령 면전에서 김건희 여사 문제를 직접 거론할지도 관심사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대장동 개발사업 50억 클럽 뇌물 의혹 특별검사)이 지난 2월 말 국회에서 폐기됐기 때문이다.
앞서 이 대표 측은 회담 실무협의에서 ‘김건희 특검법’을 의제로 올리는 방안을 언급하기도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대표가 거부권 행사 자제 촉구로 갈음할 수도 있고, 가족 관련한 범죄 혐의에 엄격해야 한다고 하거나, 직접 수용을 촉구할 수도 있다”며 “다만 확실한 총선 민심 전달 차원에서 선명하게 언급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언급할 의제를 확정한 건 아직 아니며 이 대표가 계속해서 고심 중”이라며 “대본이 짜여있는 것도 아닌만큼 대화 과정에서 얼마나 어느정도로 언급될지는 달라질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