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의 스포츠 그 뒷 얘기들
요즘 샌디에고 파드리스 김하성(28)은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공격의 가장 중요한 지표인
타율이 낮아서다. 시즌 개막 2개월이 지났음에도 타율은 멘도사라인 언저리에서 맴돌고 있다.
타율이 저조하다보니까 활약상이 별로 없다.
메이저리그에서 수비는 보너스다. 모든 잣대는 공격으로 한다. 오타니 쇼헤이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주류 언론의 스포츠 라이트를 받는 이유는 홈런을 뿜고 주요 공격 부문 선두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프리에이전트(FA)는 타이밍이다. 흔히 FA 몸값은 3년 기록 평균으로 평가한다고 전망한다. 하지만 전년도 성적이 결정적이다. 그래서 ‘FA 효과(Effect)’라는 용어가 등장한 것이다. 선수들에게 FA는 새로운 동기 부여나 다름없다.
메이저리그 사상 양 리그 월드시리즈 우승 감독 3명 가운데 한 명인 레전드 스파키 앤더슨은 “우리팀에 시즌 후 25명 전원이 FA가 된다면 나는 성적 걱정을 하지 않을 것이다”고 했다. 선수들이
알아서 부상도 견디고 출장해 자신의 몸값을 올릴려고 노력할 것이다는 뜻이다.
‘추추 트레인’ 추신수는 FA 계약사에 새로운 진기록을 남겼다.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는 한 차례도
올스타게임에 선발되지 않은 추신수를 1억3000만 달러에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 계약을 맺도록 한 것.
그동안 FA의 1억 달러 이상 계약자는 한 차례 이상 올스타에 선정됐다. 그래야 대박 계약이
가능했다.
추신수는 올스타 훈장이 없었다. FA 계약 후 2018년에 올스타게임 출전 한을 풀었다.
추신수는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MLB에 데뷔했다. 기량이 절정에 달한 것은 클리블랜디 인디언스
시절이다.당시 마크 샤파이로 제네럴매니저(현 토론토 블루제이스 CEO)는 추신수와 장기 계약을 원했다.
샤파이로는 명문 프린스턴 대학 출신이다. 부친 로널드(81)는 하버드 대학 로스쿨을 나온 유명한 스포츠 에이전트였다. 그는 칼 립켄 주니어(볼티모어 오리올스), 커비 퍼켓, 조 마우어(이상
미네소타 트윈스) 등 원클럽맨 명예의 전당 회원들을 대리했다. 장기계약을 제시했던 것도 부친의 영향과 무관치않다.
FA 시대가 되면서 원클럽맨은 문화재 보호급이 돼버렸다.
결국 클리블랜드는 장기 계약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몸값이 금값이 된 추신수를 3각 트레이드로 신시내티 레즈로 보냈다. FA를 앞둔 2013년 신시내티에서 생애 최고의 해를 보냈다.
타율 0.285-홈런 21-도루 20, 득점 107, 출루율 0.423, OPS 0.885를 기록하며 현역 최고의 테이블 세터로 자리매김했다. 호타 준족의 기준선인 20-20클럽(홈런-도루)도 통산 3번째로 가입했다. 이때가 마지막 20-20클럽이다.
외야수 제이슨 워스(2017시즌 후 은퇴)는 LA 다저스에서 두 시즌(2004-2005년)을 활동했다.
잠재력은 있었지만 도드라지지는 않았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커리어 기록을 작성하며 FA
대박 발판을 마련했다.
2010년 12월 워싱턴 내셔널스와 7년 1억2600만 달러 계약을 맺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유는 워스는 역대 한 시즌도 3할 타율을 작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억 달러 이상 야수로는 첫 3할 미 달자 야수다.
요즘은 3할 타율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아 워스와 같은 3할 미만은 애깃거리가 안된다. 대박 계약 후 은퇴한 워스는 현재 마주로 활동하고 있다. 올 켄터키더비에 마주로 참가하기도 했다.
추신수, 워스 모두 FA 효과로 1억 달러 이상의 거액 계약을 맺은 외야수다.
국내파들도 마찬가지다.‘코리안 특급’ 박찬호, ‘몬스터’ 류현진 나란히 FA효과로 에이스급의 대박 계약으로 거금을 챙겼다.FA 계약 후 이들이 몸값다운 활약을 했는지 여부는 두 번째다. 박찬호-추신수-류현진 등 FA 큰 계약을 맺은 뒤의 활약은 미미하다.
그나마 류현진은 코로나 바이러스 팬더믹으로 시즌이 짧아진 2020시즌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플레이오프에 진출시켜 ‘FA 먹튀’ 비난은 피했다.
박찬호는 LA 다저스에서 FA를 앞두고 4시즌 동안 3차례나 200이닝 이상을 투구했다. 에이스로서 손색 없는 투구였다. 200이닝 이상 피칭은 승패를 떠나 마운드의 에이스다. 투구 내용이 나쁘면 긴이닝을 던질 수 없다.
2001시즌을 마치고 다저스는 박찬호에 1년 계약을 제시했다.
이른바 ‘퀄리파잉 오퍼’다. 234이닝을 던지고 15승11패 평균자책점 3.50에 MLB 최다 35경기 선발로 등판한 투수에게는 다소 의외의 제시였다. 이유가 있었다. 장기계약보다는 1년을 제시해 이를 수락하지 않으면 아마추어 드래프트 보상을 받자는 심산이었다.
실제 박찬호는 FA 대박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고 2001시즌 과다한 피칭을 한 게 사실이다. 에이스로서 5년 6500만 달러 계약으로 에이스를 영입한 텍사스 레인저스는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린 박찬호가 오히려 짐이 됐다. 3시즌 반만에 샌디에고로 트레이하기에 이르렀다.
류현진은 박찬호와 달리 FA 때 다저스의 1년 퀄리파잉 오퍼를 받아 들였다. 현명한 선택이었다.
2018년 다저스와 6년 풀타임 계약을 마쳤을 때 류현진에게 FA 시장은 불리하게 돌아갔다.
부상자명단에 등재돼 15경기에 등판하지 못했다. 투구내용은 좋았다. 7승3패 1.97. 다저스로서는 1년 연봉 1790만 달러에 우수한 좌완을 확보한다는 것은 결코 큰 부담이 아니었다. 류현진도
구단의 제시를 받아 다저스에 잔류하고 2018년 후를 구상했다.적중했다. MLB 입문 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찬사 일색이었다.
생애 첫 올스타게임 출전,내셔널리그 선발투수, 평균자책점 2.32로 MLB 1위, 사이영상 2위 등 화려했다. 2020년 33세에도 불구하고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4년 8000만 달러에 영입했다. 부상만 없다면 몸값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올해는 ‘김하성 타임’이 돼야하는 때다. 그러나 이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타울이 너무 저조하다. FA계약은 공격이 잣대다. 수비를 제아무리 잘해도 몸값을 크게 좌우하지 않는다. 수비로만 따지면 김하성보다 더 뛰어난 글러브들이 수두룩하다.
지난 4시즌 동안 늘 로스터 변화로 고민한 김하성이다. 제2의 박찬호, 추신수, 류현진을 잇는 계약이 성사되기를 바란다.
열쇠는 공격 기록이 쥐고 있다.
문상열 전문기자 moonsytexas@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