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격 조건등 압도적 열세에도 끝내 승전보
한국 여자 핸드볼의 간판 류은희(헝가리 교리)와 강경민(SK)이 나란히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한국 선수단의 2024 파리 올림픽 첫 승전보를 책임졌다.
한국 여자 핸드볼은 26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핸드볼 여자부 조별리그 A조 1차전 독일과 경기에서 23-22로 승리했다.
경기를 앞두고 독일이 우세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독일은 지난해 12월 세계선수권에서 6위에 올랐고, 우리나라는 22위에 머물렀을 정도로 전력 차가 있었기 때문이다.
두 팀의 평균 신장도 독일이 177.6㎝, 우리나라는 172.9㎝로 5㎝ 이상 차이가 났고, 키 외에 체격 조건도 독일이 월등했다.
한국은 한때 3골 차로 앞서는 등 11-10으로 전반을 마쳐 선전했지만, 후반 중반 이후로 넘어가며 14-18로 끌려가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헨리크 시그넬(스웨덴) 감독이 공격 때 골키퍼를 벤치로 불러들이고 필드 플레이어를 투입하는 ‘7-6 전술’로 승부수를 던졌고, 결국 1골 차 짜릿한 재역전승을 만들어냈다.
류은희와 강경민은 나란히 6골씩 터뜨려 우리나라 승리를 이끌었다.
둘은 이날 모두 부상을 안고 뛰었다.
류은희는 지난달 소속팀 경기 도중 왼쪽 손가락 인대를 다쳤고, 강경민은 이틀 전 훈련 도중 왼쪽 발목을 접질렸다.
그러나 류은희는 이날 독일 선수들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며 수비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고, 강경민은 여러 차례 화려한 개인기를 선보이며 팬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한국이 4골 차로 뒤지다가 따라가기 시작하자 프랑스 팬들이 ‘코리아’를 연호하며 한국을 일방적으로 응원하는 진풍경이 벌어질 정도였다.
류은희는 경기 후 ” 통증 때문에 안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지금까지 올림픽에서 안 좋을 때도 있었지만, 제가 팀을 끌어가는 위치에서 이긴 오늘 승리가 좀 더 기쁜 것 같다”고 말했다.
강경민 역시 ” 출발을 저희가 잘 끊은 것 같아서 기분이 매우 좋다”며 “마지막 득점은 안 들어갔으면 동점을 허용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꼭 이기고 싶었다”며 기뻐했다.
강경민이 종료 20여 초를 남기고 넣은 득점은 심판의 패시브 사인이 나왔을 때 극적으로 들어간 것으로 이 골로 2골 차가 되면서 승리가 굳어졌다.
강경민은 “그런 상황에서 상대는 (류)은희 언니가 슛할 것에 대비하기 마련”이라며 “언니한테 제가 때리겠다고 한 것이 잘 통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류은희는 “28일 슬로베니아와 경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오늘 승리에 젖어있지 않고 다시 준비해서 이기는 경기 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