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잔의 기적’ 이은 ‘도하의 기적’…슈팅 21개 쏟아 황선홍호 압도

인니, 첫 U-23 아시안컵 4강행…68년 만의 올림픽 본선행도 눈앞

연일 인도네시아 축구의 새 역사를 쓰는 신태용 감독이 ‘카잔의 기적’에 이어 또 한 번 지도자 경력에 하이라이트로 기록될 이변을 연출했다.

신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 23세 이하(U-23) 대표팀은 2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한국과 연장전까지 120분 동안 2-2로 맞선 후 승부차기에서 11-10으로 이겼다.

올해 처음 AFC U-23 아시안컵 본선 진출에 성공한 인도네시아는 신 감독의 지휘 아래 조별리그에 이어 8강까지 통과하며 역대 최초로 4강 무대에 올라서는 기쁨을 맛봤다.

이로써 인도네시아 축구계가 염원하던 파리 올림픽 본선 진출에도 한 발 더 다가섰다.

이번 대회 3위까지는 본선 진출권을 바로 받는다. 4위 팀은 2023 U-23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4위인 기니와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신태용호 인도네시아는 우즈베키스탄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승자를 4강에서 이기거나, 여기서 지더라도 3위 결정전을 잡으면 파리로 간다. 최종 4위가 되더라도 기니와 ‘마지막 한판’을 이기면 올림픽 본선행 티켓을 받는다.

인도네시아 남자축구가 마지막으로 올림픽 본선에서 경쟁한 건 무려 68년 전이다.

1956년 멜버른 대회 이후 처음으로 올림픽 본선 진출에 성공하면 인도네시아 축구사에 기록될 기념비적 사건일 터다.

인도네시아는 이날 한국을 그냥 꺾은 게 아니다. 경기 내내 인도네시아의 우위가 명확했다.

전반에만 2골을 넣은 인도네시아는 후반 25분 이영준(김천)이 퇴장당하면서 얻은 수적 우위를 온전히 살리지 못하고 후반 39분 정상빈(미네소타)에게 동점을 허용해 연장전을 치렀다.

인도네시아가 먼저 달아나고, 황선홍 감독이 지휘한 한국이 기를 쓰고 뒤쫓는 형국이었던 셈이다.

신 감독의 지휘 아래 수비 시 선수 간격을 촘촘히 유지한 인도네시아의 조직력은 황선홍호를 고전케 했다. 황선홍호가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했음은 지표로도 드러난다.

슈팅 수에서 21-8로 황선홍호를 압도한 인도네시아는 공 점유율에서도 53%-47%로 우위를 보였다.

A대표팀 성적만으로 매기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인도네시아는 134위로 23위인 한국보다 111계단이나 아래에 있다.

중요한 길목에서 한 체급 높은 상대를 몰아붙인 끝에 제압에 성공한 것이다.

신 감독은 6년 전에도 이런 경험이 있다. 이때의 일은 ‘카잔의 기적’이라는 표현으로 불려 신 감독의 지도자 인생을 대표하는 경력이 됐다.

그는 2017∼2018년 한국 A대표팀을 이끌었다.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당시 사령탑이 신 감독이었다.

‘신태용호’ 국가대표팀은 당시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2연패를 당했고, 3차전에서 독일을 상대하게 됐다.

독일은 직전 월드컵이었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우승팀이었으나 멕시코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 뜻밖에 0-1로 패해 1승 1패인 상황에서 한국을 상대했다.

독일은 한국을 이겨야 16강에 자력으로 올라갈 수 있었는데, 이미 2패를 당한 한국에 진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결과였다.

그러나 신태용호는 김영권(울산), 손흥민(토트넘)의 연속 골로 독일을 2-0으로 꺾는 ‘대이변’을 만들어냈다. 경기가 열린 도시의 이름을 붙여 축구 팬들은 ‘카잔의 기적’이라고 불렀다.

신 감독은 이로부터 6년 후 인도네시아를 이끌고 아시아의 거함이라는 한국을 꺾는 ‘도하의 기적’을 연출했다.

2020년부터 인도네시아 국가대표팀과 연령별 대표팀을 모두 담당해온 신 감독은 현지 축구 역사를 날마다 새로 쓴다.

신 감독 지휘 아래 인도네시아는 그간 2020 아세안축구연맹(AFF)컵 준우승, 2023년 AFC U-20 아시안컵 진출 등 성과를 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열린 2023 AFC 아시안컵에서는 처음으로 16강 진출에 성공해 인도네시아 축구 팬들을 열광케 했다.

인도네시아축구협회는 주가가 오른 신 감독을 얼른 잡고 싶어 한다.

에릭 토히르 인도네시아축구협회 회장은 앞국과의 경기에 앞서 2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신 감독과 악수하는 사진을 올리고 “우리는 2027년까지의 대표팀 프로그램을 논의했고, 함께 일하기로 했다”고 썼다.

아직 협회 차원에서 공식 발표를 내놓지 않았는데도 인도네시아 축구계의 수장이 먼저 나서서 신 감독과 동행을 원한다고 밝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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