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3국 정부는 반도체·인공지능(AI)·바이오 등 혁신 기술의 유출을 방지하고 수출 통제 이행을 담보하기 위해 실무 기관 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3국은 25일 워싱턴DC에서 열린 ‘제1차 한미일 혁신 기술 보호 네트워크 고위급 회의’에서 각국의 수출 통제 조치에 대한 위반 행위는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인식을 공유하면서 이같이 합의했다고 한국 법무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밝혔다.
한국 법무부는 미 법무부·일본 경찰청과 기술 유출 사건 법 집행 협력을 위한 의향서를, 산업부는 미 상무부·일본 경제산업성과 수출통제 이행 협력 의향서를 각각 체결했다.
이를 통해 기술 보호, 수출 통제 이행을 위한 정보를 더 적극적으로 주고받고 모범 사례 등도 공유한다는 계획이다.
한미일 혁신 기술 보호 네트워크는 지난해 8월 미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 후속 조치로 출범했다.
당시 3국 정상은 3국이 개발한 첨단기술이 해외로 불법 유출되거나 탈취되지 않도록 기술 보호 조치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으며, 미국이 핵심 기술 탈취를 막기 위해 만든 범정부 합동수사단 혁신기술기동타격대와 이에 상응하는 한·일 기관 간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한미일 정상회의에서는 3국이 누구로부터 기술을 보호하려고 하는지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날 회의에서 리사 모나코 미국 법무부 차관은 미국이 어느 국가를 염두에 두고 있는지 분명히 했다.
모나코 차관은 “우리는 같은 악의적인 주체들을 마주하고 있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더 우리의 파트너십을 활용해야 한다”면서 중국, 러시아, 이란을 지목했다.
모나코 차관은 “다국적 기업과 정치 지도자들을 겨냥한 사이버 해커들을 후원하는 중국부터,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지상 침공을 개시한 러시아, 전 세계의 반체제 인사들을 암살하려고 모의하는 이란까지 오늘 우리는 전장과 경제 구역과 정보 공간에서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나코 차관은 “오늘 우리가 직면한 위협은 (대응이) 시급하다”면서 “우리는 우리의 가장 중요하고 혁신적인 기술들이 국제 평화와 집단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데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나코 차관은 인공지능(AI)이 궁극적인 혁신 기술이라면서 미국 법무부가 AI를 기술 보호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의에는 수출통제 정책을 담당하는 매슈 액설로드 상무부 수출 집행 차관보도 참석해 미국 정부가 러시아, 중국, 이란의 민감한 기술 이전과 관련해 작년에 기소한 건이 16건이라고 설명했다.
액설로드 차관보는 “여기 미국에서 많은 성과를 내긴 했지만, 세계가 현재 처한 상황에 부응하려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 우리의 행동만으로는 우리의 적들이 가하는 위협에 대응하기에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에 한국 정부에서는 김현욱 대통령실 경제안보비서관과 권순정 법무부 검찰국장, 최우혁 산업부 무역안보정책관 등이 참석했다.
정부는 “한미일 혁신 기술 보호 네트워크를 통해 미국, 일본 정부와 적극 협력해 국가 경제와 안보에 직결되는 혁신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