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77) 전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 의혹 사건 재판에서 타블로이드신문 전(前) 발행인이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로부터 선거운동 지원 요청을 받았으며, 그에 대한 불리한 기사를 매수한 뒤 묻었다”고 오늘 증언했다.
뉴욕 맨해튼지방법원의 후안 머천 판사는 배심원단이 참석한 가운데 속개한 이틀째 공판에서 타블로이드신문 ‘내셔널인콰이어러’의 모회사 최고경영자(CEO) 데이비드 페커(72)를 상대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고 뉴욕타임스(NYT)와 AP통신 등 언론들이 전했다.
내셔널인콰이어러 전 발행인이었던 페커는 “2016년 선거를 도와 달라는 트럼프의 제안을 받고 그의 눈과 귀가 되겠다고 했다”면서 “당시 후보에게 해로운 이야기를 막는 데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플레이보이 모델 출신 배우 캐런 맥두걸(53)이 2016년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한때 불륜관계였다는 사실을 폭로하려 하자, 내셔널인콰이어러가 맥두걸에게 15만 달러를 지급하고 독점 보도 권리를 사들인 뒤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실제 페커는 이날 트럼프가 지난 2016년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명된 뒤 백악관에 입성하기까지 친밀한 관계를 맺었던 막후 과정을 설명했다고 AP는 전했다.
그러면서 내셔널인콰이어러가 트럼프에 대한 긍정적인 기사를 생산하고 상대 후보에 대한 루머를 퍼뜨려 흠집 내는 기사를 만들어 낸 일련의 과거를 진술했다.
페커는 ‘매우, 매우 기밀’이라고 규정한, 트럼프에 대한 불리한 기사를 매수해 묻은 사실을 인정하며 “트럼프가 트럼프월드타워 직원 사이에서 아이를 낳았다는 소문에 대한 독점 기사 권리를 얻기 위해 3만 달러를 지불한 적도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 스토리는 완전한 가짜라고 결론을 내고 결국 보도하지 않았다”고 덧붙인 뒤 트럼프와 타블로이드신문간 합의를 “최대한 조용히 유지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페커의 증언은 언뜻 보면 지엽적일 수 있으나, 검찰 입장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 혐의 사실을 유죄로 입증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전제를 구성한다고 미국 언론들은 지적했다.
검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직전 전직 성인영화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45)와의 과거 성 추문 폭로를 막기 위해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57)을 통해 대니얼스에게 ‘입막음 돈’을 지급한 뒤 그 비용과 관련된 회사 기록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선거를 더럽혔다고 본다.
이 과정에 ‘친분 있는 옐로 저널리즘(독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선정주의에 호소하는 보도 성향) 언론사 책임자를 통한 기사 매수’는 선거에 불법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위해 처음부터 고안됐다는 게 검찰 논리의 출발점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페커는 오는 25일에도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한편, 검찰은 이날 배심원 선정 시작 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총 7회 함구령을 어긴 혐의에 대해 벌금형(1만 달러)을 구형했고, 트럼프 측 변호인은 “정치적 공격으로부터 스스로 방어한 것일 뿐”이라고 맞섰다.
이에 대해 머천 판사는 별도의 선고를 하지는 않았으나, “당신은 재판부 신뢰를 잃고 있다”며 트럼프 변호사를 질책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