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주요 병원 교수들이 예정대로 오는 25일(이하 한국시간)부터 사직하기로 했다.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으로 인해 다음 주에 하루 휴진하고, 일주일에 하루씩 정기적으로 진료와 수술을 모두 중단하는 방안도 차후 검토하기로 했다.

서울의대 교수들은 이달 말일부터, 울산의대 교수들은 다음 달 3일부터 주 1회 휴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는 국민들이 원하는 의료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며 의료계의 저항에 맞서고 있다.

◇ 의대교수들, 25일부터 사직…서울대·울산의대교수들 주 1회 휴진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이날 온라인으로 총회를 열고 “예정대로 4월 25일부터 사직이 시작된다는 것을 재확인했다”며 “정부의 사직 수리 정책과는 관계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주당 70~100시간 이상 근무로 교수들의 정신과 육체가 한계에 도달해 다음 주 하루 휴진하기로 했다”며 “휴진 날짜는 대학별로 자율적으로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당초 이날 총회에서 일주일에 하루 외래진료와 수술을 모두 중단하는 방안을 의결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주 1회 정기 휴진 여부는 추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전의비는 “주 1회 휴진 여부는 병원 상황에 따라 26일 정기 총회 때 상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의대와 울산의대 교수들은 주 1회 휴진에 돌입하기로 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총회를 열고 30일부터 주 1회 휴진에 들어가기로 했다.

서울아산병원 교수 등이 속한 울산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도 이날 총회 후 오는 25일부터 사직을 시작하되, 당장 병원을 그만두지 못하는 교수들은 다음 달 3일부터 주 1회 휴진하겠다고 밝혔다.

◇ 지역에서는 곳곳 휴진 결정…의협 차기 회장 “박 차관 치워야”

지역에서는 이미 휴진을 결정한 병원들이 나오고 있다.

충남대병원·세종충남대병원 비대위는 이번 주부터 매주 금요일 외래진료를 휴진한다.

원광대병원 비대위도 오는 26일부터 매주 금요일 수술을 중단하기로 했고, 다음 달 3일부터 매주 금요일 외래진료를 하지 않기로 했다.

충북대병원 비대위도 지난 5일부터 매주 금요일 교수들이 개별적으로 외래진료를 휴진하고 있다. 경남 진주 경상국립대병원도 외래진료를 줄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들 병원은 모두 외래진료를 하지 않더라도 응급환자, 중증환자 진료·수술은 지속한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의대 교수들의 주 1회 휴진이 시작되면 현장에서 적잖은 혼란이 벌어지고, 대형병원들의 경영난이 가속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교수들이 자율적으로 주 1회 휴진하더라도 병원에 환자들이 남아있는 만큼, 병원 자체를 닫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내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구체적인 논의 결과를 봐야겠지만 교수들이 개별적으로 휴무한다고 해서 환자들이 있는데 병원 문을 닫을 수는 없는 일”이라며 “환자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병원이 ‘셧다운’되는 일은 없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실제 비대위가 금요일 휴진을 예고한 충남대병원은 이날 “병원의 공식적인 정책은 아니며, 정상적으로 진료를 유지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의료계가 진료 축소를 행동으로 옮기는 가운데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차기 회장 당선인은 정부 당국자를 향한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임 당선인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사태의 원흉 박민수, 조규홍 그리고 김윤이 TV 화면에서 본인은 전혀 책임이 없는 듯이 여전히 얄미운 앵무새처럼 설치고 있는 것이 사태 해결의 걸림돌”이라며 “사태를 조속히 해결하고자 한다면 이 자들부터 하루속히 치워야 할 것”이라고 적은 게시물을 올렸다.

임 당선인은 줄곧 박민수 복지부 차관 경질을 대화의 선결 조건으로 내걸어왔다.

◇ ‘무더기 사직’ 우려에 진료 축소까지…환자들 “부디 남아달라”

오는 25일이 되면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지 한 달이 돼 무더기 사직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는 가운데, 주 1회 휴진마저 거론되자 환자들의 불안과 우려는 커지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 분만실 등 생명과 직결된 필수중증의료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25일 이후에도 부디 의료현장에 남아달라”고 호소했다.

이처럼 교수들이 무더기 사직과 휴진 등으로 정부 압박 수위를 높이는 데에는, 의대 입학정원 확정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의료계 안팎의 중론이다. 이달 말이면 각 대학의 입학전형 시행계획 확정 등 관련 절차가 종료돼 실질적으로 정원을 조정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전공의에 이어 의대 교수들까지 현장을 떠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자, 정부는 “실제로 사직서를 제출해 오는 25일 효력이 발생하는 경우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일부 교수들이 환자들에게 병원을 옮길 것을 안내하는 등 사직을 준비하는 움직임도 포착돼 안심하기는 이르다.

지난달 말 사직서를 제출한 의대 교수들이 후속 절차를 개시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그동안 일부 의대 중에서는 교수들이 쓴 사직서를 교수 비대위가 모아 가지고 있으면서 제출하지 않은 사례들도 적지 않았다. 의대 학장이 가지고 있으면서 대학 본부에 전달하지 않은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톨릭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원회는 오는 26일 의대 학장에게 부속 8개 병원 교수들의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가톨릭의대 비대위는 3월 28일과 4월 3일 두차례에 걸쳐 교수들에게 사직서를 받아 지금껏 보관해왔다.

서울시내 한 상급종합병원 교수는 “교수마다 사직 시점이 달라질 수 있다”며 “당장 25일이 아니더라도 환자 등 개별적인 정리를 마치면 병원을 떠나는 교수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소아신장분과 강희경·안요한 교수는 최근 환자들에게 오는 8월 31일까지만 근무한다는 사실을 알리며 전원을 준비해달라고 안내하기도 했다.

◇ 의료계 ‘원점 재검토’ 고수에 정부는 “유감”

현재 의대 교수 등 의사들은 의대 증원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2025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에 한해 증원된 정원의 50∼100% 범위에서 신입생을 자율적으로 모집할 수 있도록 하면서 ‘2천명 증원’에서 한발 물러났지만, 의료계는 이러한 방안에 대해서도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정부는 이번 주 중 대통령 직속으로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킬 계획이지만, 의협과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의료개혁특위에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의료개혁 특위는 필수의료에 대한 투자와 보상 강화 방안, 의료인력 수급 현황의 주기적 검토 등 의료체계 혁신을 위한 개혁 과제를 논의하는 협의체다.

정부는 ‘2천명 증원’에서 물러섰는데도 불구하고, 협상에 응하지 않은 채 원점 재검토를 반복하는 의료계를 향해 유감을 표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는 의정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의협, 전공의, 의대생, 의대 교수 단체에 의료계-정부로만 구성된 협의체를 제안했지만, 의료계는 원점 재논의만 주장하며 1 대 1 대화도 거부하고 있다”며 “의료계는 지금이라도 어떤 형식이든 무슨 주제이든 대화의 자리에 나와 정부와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논의가 진행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어 “정부가 숫자에 얽매이지 않고 정책적 결단을 내린 만큼, 이제는 의료계가 화답하고 행동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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