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애니메이션 업계 종사자들이 미국, 일본 제작사들이 만드는 작품에 하청업자로 참여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미국의 북한 전문 사이트 ’38노스’가 22일 소개했다.
38노스는 설정 오류로 인해 작년말부터 비밀번호 없이도 서버 내 파일을 확인할 수 있게 된 북한의 한 인터넷 클라우드 서버에서 이 같은 정황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서버에 업로드돼 있는 작업 파일의 몇몇 그림들이 미국,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 최신 프로젝트와 관련된 것들로 보이며, 작업 파일에 중국어 지시문들이 한글로 번역돼 있었다고 38노스는 전했다.
중국계 하청업자가 재하청에 참여한 북한 애니메이션 제작자와 작업과 관련해 소통한 정황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서버 접속 기록상 가상사설망(VPN)을 활용해 IP 추적을 어렵게 만든 것이 많았지만 해외 북한 IT 노동자들의 거점인 단둥, 다롄, 선양 등 중국 동북지역 도시에서 접속했음을 보여주는 IP들이 있었다고 38노스는 전했다.
38노스는 “북한 측 파트너의 정체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평양소재 ‘4·26아동영화촬영소’일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했다.
1957년 설립된 4·26아동영화촬영소는 1960년 북한의 첫 아동영화 ‘신기한 복숭아’를 제작한 이래 만화영화 ‘소년장수’, ‘고주몽’, ‘영리한 너구리’ 등을 창작한 북한 만화의 산실인데, 미국 재무부에 의해 제재 대상에 올라있다.
38노스는 “북한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이 하청을 받았다는 사실을 미국, 일본 등의 ‘원청회사’들이 알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는 없다”며 “중국어로 제작 관련 지시들이 전달된 것을 보면 하청이 여러 단계에 걸쳐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썼다.
38노스는 이번 일이 “북한 애니메이션의 수주 실태와 외국 기업들이 어떤 식으로 의도하지 않게 북한 측에 하청을 주게 되는지를 보여준다”며 “또한 외국 회사들이 하청 근로자에 대해 검증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고 부연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이 같은 문제 소지를 인지하고 자국 기업들에게 주의를 당부한 적도 있다. 2022년 중반, 미국 당국은 원격 계약을 통해 하청업체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북한 IT 노동자들을 부주의하게 고용함으로써 미국 독자 대북 제재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차원의 대북 제재를 위반할 위험이 있다고 자국 업계에 경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