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지지부진한 지지율로 고전하던 조 바이든 대통령이 모처럼 반색했다.
지난 19일 미 하원이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등에 대한 군사 원조를 포함한 총 950억달러(약 131조원) 규모의 안보 예산안을 처리했고, 남부 테네시주 폴크스바겐 공장 노동자들이 자동차 산별노조인 전미자동차노조(UAW)에 가입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크라이나 지원을 강조하고 노동조합 확대를 지지하며 노동자 표심을 공략해 온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에는 나름의 성과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두 가지를 바이든 대통령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돌파구’라 부르며 미국의 리더십을 지키고 노동계층 유권자를 부활시키려는 그간의 노력을 보여줬다고 21일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대국민 연설에서 “국제 분쟁이 이어진다면 갈등과 혼돈이 다른 곳으로 번져나갈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을 돕기 위한 1천50억 달러(약 145조원) 규모의 패키지 지원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예산법안은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의 반대에 부닥쳐 장기간 표류했다. 바이든 정부는 제때 원조를 받지 못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의 공세를 버텨내지 못하면서 전쟁의 흐름이 바뀔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에도 상·하원 지도부 인사들과 잇따라 전화 통화를 하고 안보 패키지 예산안 처리의 필요성을 당부했고, 결국 반년 만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원조가 성사됐다.
여기에 테네시주 채터누가 폴크스바겐 공장 노동자들이 17∼19일 투표를 거쳐 산별노조인 전미자동차노조(UAW)에 가입하기로 했다.
이번 노조 가입 투표는 남부지역 공화당 소속 주지사 6명이 반대하는 가운데 치러졌다. 미 자동차 제조사 ‘빅3’를 제외하면 외국업체 자동차 제조 공장에서 UAW가 노조를 결성한 첫 사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성공적인 노조 결성을 함께하는 것에 자랑스러움을 느낀다”며 축하 인사를 보냈다.
이는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주 등에서 노동 계층에 호소해온 바이든 대통령의 노동정책이 효과가 있음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그동안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조지아, 애리조나, 미시간 등 경합 주에서 여전히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지지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플레이션, 미·멕시코 국경 문제에 가자 전쟁 대응은 그의 취약점이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일주일간 뉴욕 법정에 발이 묶여 있었다.
그는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성 추문을 막기 위해 입막음 돈을 지급하고 회사 장부를 조작했다는 의혹으로 기소됐다. 그는 최소 6주로 예상되는 이번 재판 일정 내내 주 4회 법정에 출석해야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일 밤 노스캐롤라이나주 윌밍턴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었지만 그마저도 악천후로 야외 집회가 취소됐다.
민주당은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탄력을 받으며, 특히 ‘일을 하는’ 현 대통령과 ‘형사 기소를 앞둔’ 전 대통령의 대비가 유권자의 선택으로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
민주당 전략가 마리아 카르도나는 “선거가 바이든 대통령을 위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2016년 대선에서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의장 대행을 역임한 도나 브러질도 “민주당이 여름을 앞두고 큰 탄력을 받았다”고 진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