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물가) 상승세가 전반적으로 완화되고 있다고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정부가 발표하는 물가 지표와 일상 생황에서 느끼는 체감 물가는 여전히 다르다고 지적한다. 특히 이같은 현상은 전국에서 물가가 가장 높은 남가주 지역에서는 훨씬 더 심하다.
주부 김모씨는 “매주 마켓에 올 때마다 모든 식료품이 빠짐없이 오르고 있어 한숨만 나온다”며 “한 번 오른 가격은 내리는 법이 없고 일부 품목은 두 자릿수까지 오르고 있어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직장인 정모씨는 “매일 왕복 60마일을 운전하면서 개솔린 비용도 부담이 된다”며 “급여는 정체인데 물가만 오르니까 점심 후 즐기던 커피 구입도 없애고 가족외식까지 줄이면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연방정부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대비 3.5%, 전월대비 0.4% 각각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9월(3.7%)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그러나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정부 발표보다 훨씬 무겁다.
품목별 CPI를 보면 미국민들이 자주 사는 쇠고기의 경우 전년보다 11.2%나 올랐다. 유아식은 9.9% 비싸고 상추는 5.8%, 설탕은 4.3% 각각 더 비싸다. 설탕 가격 상승으로 초콜릿, 과자, 캔디류도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서민들은 자주 사는 식료품들의 가격 인상이 평균 소비자 물가 3.5% 보다 2배내지 3배는 더 올라 있다고 하소연한다.
여기에 3월 렌트비는 1년 사이 5.7%, 자동차 보험료는 무려 22%나 급등하는 등 가계 고정비 지출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연방정부가 권고하는 상한선인 월 수입의 3분의 1 이하를 렌트비 등 주거비용으로 지불하는 가구는 갈수록 줄고 있다. 주택 모기지나 렌트 등 주거비는 소비자 물가 비중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개솔린 가격은 전년보다 1.3% 오른 수준이지만 최근 들어 중동정세의 악화로 연일 오르고 있다. 특히 국제유가 상승은 개솔린 가격이 가장 높은 남가주에서 지속적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며 운전자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18일 기준 LA 카운티 평균 레귤러 개솔린 가격은 갤런 당 5.39달러를 기록, 불과 한 달 전보다 43.6센트나 높은 수준이다.
LA 카운티 개솔린 평균가 5.39달러는 전국 평균가 3.67달러와 비교하면 무려 1.72달러나 높다. 오렌지카운티 개솔린 평균가도 5.35달러로 이 역시 한 달 전에 비해 43.8센트나 높다.
자동차 수리비는 전년에 비해 11.6% 올라 있고 자동차 보험은 가장 많은 32.2%나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들이 부담하고 있는 소비자 물가 가운데 자동차 보험료가 가장 많이, 가장 오랫동안 연속 인상되고 있다.
소비자 물가가 예상보다 강세를 보이면서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첫 금리 인하가 오는 6월에 단행될 기대가 사라지면서 소비자들은 당분간 고금리 부담을 안고 가야한다.
금리 인하가 있기 전까지 모기지, 자동차 대출과 크레딧카드 이자율 등에서 소비자들이 높은 금리를 계속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현금이 많은 부유층은 고금리 상황을 이용해 적금과 CD 등으로 높은 이자 소득을 올리고 있다.
월스트릿저널(WSJ)은 이번 CPI 지표와 관련, 인플레이션이 2%로 내려가는 길이 울퉁불퉁하다기보다는 3% 부근에서 고착화해 꼼짝 못 하게 될 가능성도 거론된다고 전했다. 이럴 경우 금리인하는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2년 6월 9.1%를 고점으로 기록한 뒤 작년 상반기까지 둔화 추세를 나타내왔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 이후 3%대 초중반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2%대 진입에 실패해왔다.
[미주한국일보 – 조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