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멕시코 쪽으로 강물 공급 거부”…’물 빚 분쟁’ 격화하나

미국-멕시코 국경 지대의 리오그란데 강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국무부 “1944년 체결된 협약 조건 이행 안 한 멕시코 탓”

트럼프시대 맞아 국경 하천수 공유 둘러싼 갈등 심화 가능성도

미국과 멕시코 간 해묵은 ‘물 분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국정 운영 기조를 고려할 때 갈등 양상은 어느 때보다 격화할 가능성도 있다.

미 국무부 내 서반구 담당 사무국은 20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오늘 미국은 콜로라도강 강물에 대한 (멕시코) 티후아나로의 특별 공급 요청을 처음으로 거부한다”고 밝혔다.

미 당국은 이와 같은 결정의 배경으로 1944년 체결된 양국 간 물 협약상 이행 조건을 멕시코에서 지키지 않은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육로 국경을 길게 맞댄 미국과 멕시코는 국경 지역 강물을 어떻게 공유해 쓸 것인지에 대해 논의한 뒤 1944년 관련 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에 따르면 멕시코는 브라보강(미국명 리오그란데강) 유량 중 3분의 1쯤에 해당하던 4억3천만㎥가량의 물을 매년 미국에 보내야 한다. 반대로 미국은 콜로라도강에서 매년 19억㎥의 물을 멕시코로 보내기로 했다.

다만, 브라보강은 논의 당시에 계절적 요인에 따른 수량 변동이 심했던 탓에 멕시코의 경우 5년에 한 번씩 합산해 할당량을 채우게 했다. 예컨대 1∼2년간 수량이 부족해도, 나머지 3개년에 부족분을 더 채우면 된다는 뜻이다.

미국을 기준으로 브라보강은 남동부 지역, 콜로라도강은 남중부 지역 주민 생활에 각각 영향을 준다.

그러나 최근 30년새 멕시코는 정해진 만큼의 물을 미국 쪽으로 보내지 못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기후 변화와 북부 국경 지대 산업 발달 및 농산물 재배에 따른 물 수요 급증이 그 원인이다.

1997년께부터 쌓인 멕시코의 ‘물 빚’은 2002년 멕시코 대통령의 방미 연기로 이어질 정도로 양국 간 첨예한 논쟁거리로 여겨져 왔다.

2020년엔 미국 쪽으로 물을 방류하지 못하도록 댐을 점거한 멕시코 북중부 치와와주(州) 농부들과 국가방위대 간 충돌로 1명이 숨지기도 했다.

멕시코 정부는 그간 물 공급 기한 연장 같은 방식으로 미국 측에 양해를 구하며 최근 몇년 간 사안의 우선순위를 뒤로 미뤄왔다.

다만, 미국에서 받는 물이 훨씬 많기 때문에 협약 파기나 재협상을 원치는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FP통신은 가장 가까이 다가온 멕시코 5년 단위 물 공급 시한이 올해 10월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정해진 양을 채우기는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한다.

텍사스를 지역구로 둔 공화당 의원들은 물 공유에 대한 의무를 다하지 않는 멕시코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조처를 촉구하고 있다.

테드 크루즈(공화) 연방 상원 의원은 “멕시코의 협약 불이행으로 텍사스 농부가 위기에 처해 있다”며 국무부 결정에 동조하는 게시글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경우에 따라선 트럼프 정부가 멕시코산 제품에 대한 더 높은 관세 부과 또는 국경 봉쇄 위협의 빌미로 삼을 가능성도 있다.

멕시코 정부 역시 이를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미국 국무부 발표 이전에 연 아침 정례 기자회견에서 북부 국경지대 물 부족 문제에 대해 거론하며 “미국과의 물 협약 사안을 검토하는 부서에서 관련 내용을 적극적으로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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