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과 연이은 충돌에… 트럼프, “사법부 코드인사” 단행하나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존 로버츠 미국 대법원장이 4일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에 참석한 뒤 인사를 나누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미 대법원장, 탄핵 요구에 정면 반박
“정책 중단하라” 법원 결정도 줄 이어
“충성심 높은 판사 후보 찾아” 보도

이민자 추방을 둘러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사법부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판사 탄핵 요구에 평소 의견 표명을 자제해온 대법원장이 반박 성명을 냈다.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반기를 드는 법원 결정도 쏟아졌다. 잇단 사법부 제동에,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 사법 개혁”이라는 명목 아래 자신의 입맛에 맞는 판사를 임명하려 계획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대법원장 이례적 공개성명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8일(현지시간) 존 로버츠 미국 대법원장이 공개 성명을 내고 앞서 판사 탄핵을 요구한 트럼프 대통령 의견을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적성국 국민법'(Alien Enemies Act)을 통한 이민자 추방을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린 제임스 보스버그 워싱턴 연방지방법원 판사를 두고 “급진 좌파 미치광이”라 부르며 “탄핵당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공개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비난이 “적절한 대응이 아니다”라고 썼다. 이어 “지난 2세기 동안 사법부의 결정에 대한 불복 수단으로서 탄핵은 부적절하다는 인식이 확고히 자리 잡았다”며 “불복을 위한 정상적인 항소 절차가 존재한다”고 적었다. NYT는 “대법원장이 직접 나서 의견을 표명한 것은 드문 일”이라 전했다.

법관탄핵 시도 계속

17일 미국 워싱턴의 연방대법원 앞에 미국 국기가 휘날리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17일 미국 워싱턴의 연방대법원 앞에 미국 국기가 휘날리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로버츠 대법원장의 성명 발표에도 불구하고 보스버그 판사에 대한 탄핵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브랜던 길 미 연방 하원의원(공화·텍사스)은 엑스(X)에 “급진운동가 보스버그 판사에 대한 탄핵안 초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해당 탄핵안은 6명의 공화당 의원이 공동 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 정책을 가로막은 다른 판사들에 대한 탄핵도 추진되고 있다. 미국 온라인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공화당은 보스버그 판사와 미국 정부효율부(DOGE)의 민감자료 접근을 막은 폴 엥겔마이어 뉴욕 남부 연방지방법원 판사를 비롯해 판사 다섯 명의 탄핵을 준비하고 있다.

아랑곳 않는 법원에 “코드인사 시도”

사법부는 탄핵 위협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18일 메릴랜드 연방지방법원에서는 미국 정부효율부의 미국 국제개발처(USAID) 해체 시도를 중단하라는 결정이 나왔고, 같은 날 워싱턴 연방지방법원에서는 환경단체 보조금 지급 중단 정책과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 금지 행정명령의 효력이 연이어 정지됐다. 법원이 인권 침해나 권력 분립 위반 우려가 있는 정책을 막고 나선 것이다.

사법부 제동이 계속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코드인사’라는 대응 카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8일 익명의 소식통 4명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몇 주 내로 판사 임명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폴리티코는 “판사 임명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충성심”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나의 판사들’이라 부를 수 있는 이들을 판사로 뽑으려 한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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