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만 스쳐도 아픈 ‘통풍’…뇌졸중·심근경색 ‘촉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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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만성신질환 동반 땐 사망위험 1.7배 높아져

“조기 치료 중요…과음·과식 피하고 적절한 운동해야”

매년 3월 16일은 대한류마티스학회가 통풍(痛風)의 위험성을 알리고 조기진단과 치료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 지정한 ‘통풍의 날’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통풍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18년 43만953명에서 2022년 50만9천699명으로 18.3% 증가했다.

연령대별 증가율은 20대 48.5%, 30대 26.7%, 40대 22.6%, 60대 17.1%, 50대 6.9%, 70대 3.8% 등이다. 과음과 고지방·고단백 음식 섭취를 즐기는 젊은 층에서 통풍 환자가 늘고 있다.

◇ 급성 통풍 90%는 엄지발가락 부근서 발생…뼈가 부서지는 것 같은 통증도

통풍은 말 그대로 바람만 스쳐도 아픈 질환이다. 환자들은 극심한 통증을 출산의 고통에 비유하거나 뼈가 부서지는 것 같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과거 진수성찬을 즐기던 왕들이 겪었던 질환이라고 해서 ‘황제의 병’으로도 불린다.

통풍은 ‘요산’이란 물질이 우리 몸속에 너무 많이 쌓이는 게 원인이다.

요산은 소변으로 나오는 산성 물질이라는 뜻으로, 우리가 즐겨 먹는 고기나 생선에 많이 들어 있는 ‘퓨린’이라는 필수 아미노산이 에너지로 사용되고 남은 찌꺼기다.

이 요산 찌꺼기는 원래 몸속에서 100개가 만들어지면 모두 신장을 통해 빠져나오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신장에서 이 요산을 50∼60개밖에 배출하지 못하면 남은 요산이 혈액을 타고 돌아다니다가 체온이 떨어질 때 관절이나 신장 등의 말초 조직에서 나트륨과 만나 요산염 나트륨이라는 고체 상태의 결정(크리스탈)으로 변해 관절이나 신장에 쌓이게 된다.

이때 우리 몸의 면역계, 특히 백혈구가 이 요산 결정을 세균이나 바이러스로 판단해 공격하는 과정에서 염증반응 물질들이 대량으로 방출되면서 관절 부위에 염증과 통풍 발작이 일어나는 것이다.

다만 요산이 쌓인다고 해서 다 통풍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보통 혈액 속 요산이 7.0㎎/dL 이상으로 증가해 있는 ‘고요산혈증’ 환자의 10∼16% 정도에서만 통풍이 발생한다.

중앙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송정수 교수는 “급성 통풍은 환자의 90% 정도에서 엄지발가락 뿌리 부분에 발생하는데, 이 부위에 요산이 가장 많이 쌓이기 때문”이라며 “엄지발가락 이외에도 발등이나 발목, 무릎 등에 터질 것 같은 심한 통증이 생기고 염증이 생긴 부위가 심하게 붓거나, 빨갛게 변하고, 손도 못 댈 정도로 아픈 것이 주 증상”이라고 설명했다.

◇ 장기간 지속 땐 고혈압·당뇨병 등 동반…”사망위험 최대 1.78배↑”

통풍이 무서운 건 시간이 지나면서 통증이 여러 관절에서 더 자주 발생하고, 더 오랜 기간 지속될 뿐만 아니라 고혈압과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이 동반하면서 동맥경화에 의한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등의 치명적인 질환 발생 위험이 커진다는 점이다.

고려대 안산병원, 영남대병원, 숭실대 공동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당뇨병, 비만과 대사질환'(Diabetes, Obesity and Metabolism) 최근호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구축한 당뇨병 환자 빅데이터(75만7천378명)를 분석한 결과 통풍은 뇌졸중, 심근경색 등에 따른 사망 위험을 높이는 촉매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전체 당뇨병 환자를 만성신질환과 통풍 동반 여부에 따라 4개 그룹으로 나눠 심근경색, 뇌졸중, 사망 위험을 평균 9.3년에 걸쳐 추적 관찰했다.

이 결과 통풍과 만성신질환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는 이들 질환을 동반하지 않은 그룹에 견줘 심근경색, 뇌졸중, 사망 위험이 각각 1.71배, 1.46배, 1.78배 높은 것으로 추산됐다.

연구팀은 통풍으로 유발된 만성 염증이 혈관 벽을 훼손하고 혈전 생성을 촉진함으로써 뇌졸중과 심근경색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추정했다.

송 교수는 “통풍으로 인한 급성 통증은 일주일에서 10일 후에 저절로 사라지는 간헐기를 거쳐 10년 정도 지나면 만성 결절통풍으로 진행하게 된다”면서 “이 시기에 고혈압과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이 동반하면서 뇌졸중과 심근경색 위험이 커지고 요로결석, 만성 신부전 등과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도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 생활습관 따라 통풍 위험 3.6배 차이…”음주·흡연·운동부족 개선해야”

통풍은 처음 발작이 발생했을 때 제대로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 방치하면 해가 갈수록 통증이 발생하는 횟수가 증가하고, 통풍 결절(혹)이 울퉁불퉁 튀어나와 신발조차 제대로 신지 못하거나 관절이 손상되고 변형돼 장애가 남는 경우도 있다.

치료는 급성기 염증을 최대한 빨리 완화하고 염증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데 힘써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고요산혈증을 치료해 혈액 내 요산 농도를 유지하고 요산 침착에 의한 관절이나 장기 손상을 예방해야 한다.

통풍을 예방하려면 과음이나 과식을 피하고 규칙적인 운동으로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강원대 연구팀이 도시 기반 코호트연구(HEXA study)에 참여한 성인 4만4천605명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는 유전적 요인과 음주, 흡연, 비만, 운동 부족 등의 생활 습관을 지닌 사람의 통풍 발생 위험이 그렇지 않은 경우에 견줘 3.64배 높았다.

특히 허리둘레가 정상치를 넘어서고 고중성지방혈증, 낮은 고밀도 콜레스테롤 수치, 높은 공복 혈당, 고혈압 등을 동반한 경우에는 통풍 위험이 최대 7.78배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통풍 발생과 연관성이 큰 생활 습관을 조절하자 통풍 위험은 감소했다. 좋지 않은 생활 습관만 바꿔도 통풍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셈이다.

통풍은 평소 음식 섭취에도 신경 써야 한다. 퓨린이 많이 함유돼 있어 피해야 할 음식으로는 닭고기, 소고기, 돼지고기를 포함한 육류와 내장류, 등 푸른 생선(청어, 고등어 등)이 꼽힌다.

반면 곡류(쌀, 보리, 밀, 메밀 등)와 감자, 고구마, 유제품(우유, 치즈 등), 계란, 채소류, 해조류(김, 미역 등), 과일 등은 퓨린 함량이 적은 편이다. 적당히 운동하면서 이들 음식을 함께 섭취하면 통풍 예방에 도움이 된다.

운동으로는 땀을 적당히 흘릴 수 있는 빠르게 걷기, 자전거 타기, 가벼운 등산, 수영, 산책하기 등이 통풍 예방에 좋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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