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뿐이겠나

U.S. President Donald Trump meets with Ukrainian President Volodymyr Zelenskiy at the White House in Washington, D.C., U.S., February 28, 2025. REUTERS/Brian Snyder

강대국 외교 진면목 보여준 백악관 설전
강대국 우선, 우크라에만 적용될 리 없어
국익외교 하려면 정치로부터 방어막 쳐야

백악관 집무실에서 벌어진 ‘오벌 오피스 설전’은 외교사에 남을 대참사다. 등장인물은 미국 트럼프와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 “우크라이나는 전쟁을 끝낼 아무런 카드가 없다. 그러니 안보 보장 없이 종전에 합의해야 한다.” “그게 유지되지 않는다면 어찌할 건가.” “나는 푸틴을 믿는다.” “하지만 푸틴은 2015년과 2022년 이미 휴전을 깨뜨렸다.” ‘전쟁 종식을 위해 외교를 택해야 한다’며 설전을 유도했던 밴스 부통령이 끼어들었다. “당신은 미국을 모욕하고 있다.”

세계가 지켜본 백악관 봉변 사태는 의외이긴 하나 중대한 국가 이해가 걸린 외교에선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정작 경악할 일은 강대국 이익을 우선하며, 침략국까지 지지하는 트럼프의 외교에 있다. 송민순 전 장관이 명명한 ‘보스 DNA’가 노골화한 강대국 외교의 진면목이 아닐 수 없다. 논란이 된 젤렌스키의 ‘강의’만 해도 10년 동안 휴전 약속을 25번 깬 푸틴과 외교에선 안전보장이 필요하다는 상식적 얘기였다. 푸틴에게 유리할 때만 지속 가능한 평화에 ‘노’라고 말한 건 당연했다. 그런데도 정권교체 대상으로 전락한 젤렌스키는 한국전 휴전협정을 앞둔 당시 이승만 대통령의 처지와 유사하다.

휴전에 반대하면서, 이를 막을 수 없는 현실을 모르지 않는 이승만도 젤렌스키처럼 안전장치가 필요했다. 전쟁에서 발을 빼려던 미국은 그러나 휴전이 먼저라며, 방위조약에는 소극적이었다. 이에 이승만은 반공포로 석방으로 휴전협상을 뒤흔든 외교전쟁을 시작했다. 자다가 벌떡 일어났다는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이승만 축출 쿠데타인 ‘에버레디’까지 승인했다. 그럼에도 이승만은 미국 지원 없이 싸우겠다며 작전지휘권 회수를 통보하며 양보를 끌어냈다. 그렇게 체결된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지도자 결단력이 국가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 실례로 남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젤렌스키가 이승만에 미치지 못하는 것보다 트럼프에겐 이승만식 외교도 통하지 않는 데 있다. 이제껏 알던 미국의 모습과 다른 트럼프 외교는 더는 돌발적 에피소드가 아닌 기조적인 변화라는 데 점차 많은 이가 동의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 패권 하강기 때 닉슨 대통령의 현실주의적 전략과 트럼프의 외교는 닮은 데가 많다. 푸틴을 두둔하는 친러 정책이 중국 압박을 위한 ‘역키신저 전략’에 따른 것이라면 새 세력균형이 본격화할 수밖에 없다. 소련 견제를 위해 중국과 데탕트를 연 것과 반대로, 이번엔 중국에 맞서려고 러시아와 손잡는 현실주의가 가져올 파장을 유연하게 지켜봐야 하는 것이다. 그 연장선에서 보면 평화외교로 포장된 협상이 우크라이나에만 적용되리란 보장은 없다. 트럼프 1기 때 아프간 전쟁은 18년 만에 외교로 종식시켰지만 권력은 탈레반에 넘어갔다. 대만 방어 약속을 아직 확인하지 않고 있는 트럼프 행보에선, 대중국 협상카드로 대만을 이용하려는 모습까지 보인다.

한미 관계는 다르다고 하지만 경고음이 울리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한국은 중국 견제, 일본 방어, 북핵과 미사일 저지, 아시아 대륙을 향한 발판이란 전략적 이해가 있다. 지금의 트럼프 외교라면 전략적 판단은 충분히 조정될 수 있다.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때 먼저 통화한 이는 미국의 부시와 중국의 후진타오였다. 이보다 두려운 건 우리가 마주할 외교의 해법을 광장의 정치인들에게서 찾아야 하는 현실이다. 한승주 전 장관은 우리 외교의 3무(無)로 사람, 정책, 절차의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지금이야말로 외교만큼은 국익 우선의 실용적 외교를 하도록 국내 정치로부터 방어막을 쳐 주어야 할 때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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