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극우 막아라” “우리가 피해자” 독일총선 앞 좌우 맞불시위

극우 시위대 [촬영 김계연]

베를린 네오나치 발호에 대립 격화…극우 행진 막으려 숨바꼭질

 “베를린 전체가 AfD(독일대안당)를 증오한다!”

독일 연방의회 총선을 하루 앞둔 22일(현지시간) 베를린 도심에서 극우 세력을 규탄하는 구호가 울려퍼졌다. 서울의 세종대로 격인 프리드리히슈트라세에서는 안티파(반파시스트 운동) 깃발 아래 모인 300여명이 전 세계 안티파 구호 ‘시아모 투티 안티파시스티'(우리 모두 반파시스트)를 외쳤다. 이곳에서 불과 300m 떨어진 슈프레강 건너에서도 수백 명이 극우 반대 시위를 벌였다.

곳곳에 시민들이 모인 이유는 베를린 네오나치(신나치)들이 열겠다고 신고한 집회에 맞불을 놓기 위해서다. 같은 시각 프리드리히슈트라세 기차역 광장에서는 네오나치 200여명이 행진을 시작했다. 집회를 조직한 극우 활동가 페르하트 젠튀르크는 참가자들에게 “‘이스라엘 국가의 절멸’ 같은 구호는 금지된다. 술도 마시면 안 된다”며 집회법을 지켜달라고 신신당부했다. 마스크와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네오나치 상당수는 스무살 안팎으로 보이는 청년들이었다.

젠튀르크는 기자들에게 “테러조직 안티파가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을 공격하고 집과 자동차를 불태운다”며 자신들은 좌익 극단주의의 피해자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가 좌파 의제를 하루아침에 깨부쉈다. 내일 선거에서 AfD가 25%, CDU(기독민주당)가 30%를 얻어 우파 정부를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좌파당과 녹색당 등 원내 진보정당이 좌익 극단주의를 부추긴다고도 주장했다.

네오나치들은 독일 헤비메탈 밴드 람슈타인의 ‘도이칠란트’를 틀어놓고 후렴구 ‘독일, 무엇보다 독일’을 따라 부르다가 ‘동독! 동독!’을 외치며 행진했다. 손에는 삼색 독일연방공화국 국기와 옛 독일제국 국기가 들려 있었다. 이들은 창문 밖으로 야유를 보내는 주민들을 향해 연신 가운뎃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집회가 열리는 동안 베를린 도심은 비상계엄 상황을 방불케 했다. 경찰은 양측 충돌을 막기 위해 겹겹이 차벽과 바리케이드를 쳤고 버스와 지하철 운행도 중단됐다. 안티파 시위대는 네오나치 행렬을 가로막기 위해 경찰 저지선을 우회하며 몇 시간 동안 숨바꼭질을 벌였다.

이들은 또다른 저지선에 가로막히자 “왜 경찰이 나치들을 보호해 주느냐”며 격하게 항의했다. 경찰은 물리력으로 돌파를 시도하는 시위대를 향해 결국 최루액을 뿌리고 여러 명을 체포했다. 이날 집회 참가자는 안티파가 1천명으로 네오나치보다 5배 많았다.

극우 행렬 앞 반대 활동가
극우 행렬 앞 반대 활동가[촬영 김계연]

독일 극우세력은 주로 튀링겐·작센 등 옛 동독 지역을 거점으로 삼는다. 그러나 극우 정당 AfD의 전국적 지지세와 함께 수도 베를린에도 청년층을 중심으로 네오나치 세력이 부쩍 발호하고 있다. 네오나치들은 지난해 10월 베를린에서는 4년 만에 처음으로 집회를 연 뒤 이번에 세 번째 모였다.

젠튀르크는 “보다시피 시위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는 우리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뜻”이라며 “사람들이 더이상 몰래 우파 정당에 투표하지 않고 거리에 나와 공개적으로 의견을 주장한다”고 말했다.

독일은 나치의 본고장이면서 현재 오스트리아와 함께 유럽에서 극우 세력이 가장 활개치는 나라다. 나치에 대한 본능적 공포와 혐오를 공유하는 이웃 나라들은 독일 네오나치 발호와 AfD의 선전을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현장에서 시위를 취재하던 리투아니아 기자 루카스는 “이제 베를린에서도 네오나치 시위가 일상이 된 것 같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헝가리 매체 기자는 “베를린은 좌파가 많아 극우 활동가들에게 좋은 동네는 아니다”라며 “우파도 좌파와 마찬가지로 파벌이 문제”라고 말했다. AfD 지역 정치인 출신인 젠튀르크는 중도 우파를 자처해 극우 내에서 ‘별로 급진적이지 않다’는 비판을 받는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CDU 대표와 알리스 바이델 AfD 공동대표(손팻말 안)
프리드리히 메르츠 CDU 대표와 알리스 바이델 AfD 공동대표(손팻말 안)[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극우 세력이 확장하면서 정통 우파와 경계가 희미해지는 게 독일 유권자들의 걱정거리다. 총선 이후 차기 총리로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CDU) 대표는 지난달 AfD와 거의 구분되지 않는 초강경 난민대책을 발표했다. 이어 AfD와 협력하지 않는다는 ‘방화벽’ 원칙을 깨고 AfD의 협조로 의회에서 결의안을 통과시켜 걱정을 키웠다. 일간 타게스차이퉁은 올해 들어 극우 규탄시위에 참가한 시민이 191만7천명이라고 집계했다.

CDU와 자매정당 기독사회당(CSU)은 방화벽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유권자들을 안심시키고 있다. 그러나 최근 설문조사에서 유권자의 54%가 이같은 약속을 믿지 않는다고 답했다. 집회 현장에서 ‘사회주의를 다시 위대하게’라고 적은 유인물을 나눠주던 지글린데 보라스(77)도 “메르츠를 믿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난민 문제는 과장됐다. 그들을 모두 쫓아내면 경제가 더 무너진다. AfD뿐 아니라 CDU도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고 있다”며 “본질은 자본주의가 더 이상 수많은 위기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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