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제 참모들이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 달러화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정치매체 폴리티코가 15일 보도했다.
전직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 3명을 인용한 이 보도에 따르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이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
라이트하이저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미국의 대(對)중국 관세를 설계한 인물로 지금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무역·경제 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트럼프 2기 재무부 장관 후보로 거론된다.
달러화를 평가 절하하면 미국이 세계 시장에 수출하는 제품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수출이 늘면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전직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는 “트럼프 2기를 구성할 가능성이 있는 일부 인사들이 과대 평가된 달러가 무역적자 원인이라는 시각 때문에 환율 재평가를 우선순위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폴리티코가 취재한 전직 당국자들은 환율 정책의 세부 내용이 다 정해진 것은 아니며 선거 전후로 내용이 바뀔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라이트하이저가 미국이 달러화를 일방적으로 평가 절하하는 방안, 또는 관세를 올리겠다고 협박하면서 다른 나라들과 환율 협상을 하는 방안을 고려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달러화를 평가 절하하면 미국 투자자들이 보유한 달러화 표기 자산의 가치가 덩달아 하락할 수 있어 월가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며, 트럼프가 금융업계 출신을 재무장관으로 임명할 경우 평가 절하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폴리티코는 보도했다.
다른 전직 당국자는 “평가 절하는 라이트하이저가 재무장관이 될 경우에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트하이저는 트럼프 1기 때 달러의 평가 절하를 자주 주장했지만 스티븐 므누신 당시 재무장관과 게리 콘 당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등 월가와 가까운 당국자들의 반발에 부닥쳤고, 트럼프 본인이 자신의 ‘경제 책사’로 알려진 피터 나바로 당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의 평가 절하 제안을 묵살했다고 폴리티코는 보도했다.
라이트하이저와 트럼프 캠프는 폴리티코의 입장 요청에 응하지 않았지만, 라이트하이저는 작년에 발간한 저서 ‘공짜 무역은 없다’에서 지속적인 무역적자가 미국 경제의 큰 문제 중 하나라고 주장하면서 과대 평가된 달러를 원인으로 지목한 바 있다.
그는 저서에서 다른 나라의 환율 개입 등 불공정한 관행 때문에 미국이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달러화의 과대평가를 상쇄하기 위해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으로 유입되는 외국인의 투자 자금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미국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이 많으면 달러 수요가 증가하면서 달러의 가치가 올라가는데 수수료를 부과하면 외국 투자자의 수익률을 떨어뜨려 외국인의 달러 수요를 완화할 것이라는 논리다.
또 미국으로 제품을 수입하려면 동등한 가치의 제품을 미국에서 수출했다는 증명서를 제시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라이트하이저는 책에서 미국이 일본, 프랑스, 독일, 영국과 협상해 이들 국가의 통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를 절하한 1985년 ‘플라자 합의’를 거론했다.
한 전직 당국자는 트럼프가 백악관에 재입성하면 플라자 합의와 같은 협정이 “라이트하이저 같은 부류의 목표가 될 것이 매우 확실하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