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라한 퇴임 후 절치부심하며 재기…고비마다 지지층 결집하며 돌파
관세로 동맹마저 압박하며 1기 때와 같은 외교·무역 갈등 재현 예고
오는 20일(현지시간) 미국 제47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는 2020년 재선에 실패한 뒤 다시 백악관에 입성하기까지 여러 위기를 겪었으나 매번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났다.
트럼프 당선인이 첫 임기를 마치고 백악관을 떠난 2021년 1월 20일 당시만 해도 그의 재기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였다.
자신의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은 그는 지지자들의 의회 폭동을 부추겨 내란을 선동한 혐의로 퇴임 일주일 전인 2021년 1월 13일 하원에서 두 번째로 탄핵당했다.
퇴임 후 상원에서 열린 탄핵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긴 했지만, 재임 기간 파격적이며 예측 불가능한 스타일로 전 세계를 호령했던 그로서는 매우 초라한 퇴장이었다.
그러나 그는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지 않았고, 열렬 지지층을 기반으로 퇴임 직후에도 활발한 정치 활동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며 재선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고물가와 불법 이민 문제로 지지율이 바닥을 치는 상황에서 2022년 중간선거 직후인 그해 11월 15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재선 가도가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2022년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은 예상과 달리 상원 다수당 자리를 민주당에 내줬고, 대선 패배 뒤집기와 기밀문서 유출 혐의 등에 대한 수사가 그를 압박해왔다.
그는 결국 2023년 3월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 혐의로 형사 기소되면서 미국 전·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형사 기소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그러나 그는 위축되지 않았고, 오히려 바이든 행정부가 사법부를 무기화해 정적인 자신을 마녀사냥한다고 주장하며 공세에 나섰다.
이에 호응한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그는 사법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탈바꿈하는 정치적 능란함을 보이기도 했다.
공화당 내에서는 반(反)트럼프 정치인들이 당내 대선 후보 경선에서 그를 제지하려고 했지만 애초부터 역부족이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2024년 1월 아이오와주에서 시작된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초반부터 압도적으로 앞서가며 경쟁자들을 따돌렸고, 같은 해 3월 대선 후보직을 사실상 확정했다.
이후에도 위기는 이어졌다.
2024년 7월 13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유세하던 중 그의 오른쪽 귀를 관통한 암살범의 총알은 그의 생명 자체를 위협했다.
암살 시도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그가 피를 흘리면서도 주먹을 치켜들고 “싸우자”를 외치는 모습에 지지자들은 열광했고, 정적들조차 그의 정치적 감각과 쇼맨십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암살 위기를 전화위복으로 바꾼 트럼프 당선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고령에 따른 인지력 저하 논란에 휩싸이면서 확실한 승기를 잡는 듯했으나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포기하고, 민주당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새 후보로 내세우면서 승패가 다시 불투명해졌다.
해리스 부통령이 9월 10일 TV 토론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고 상승세를 타면서 트럼프 당선인이 한동안 수세에 몰리는 듯했다.
그러나 해리스 부통령은 판세를 뒤집을 정도의 정치적 이변을 만들어내지 못한 채 찻잔 속 태풍에 그쳤고, 트럼프 당선인은 11월 5일 치러진 대선에서 미네소타를 제외한 경합주를 전부 휩쓸며 큰 차이로 승리했다.
그의 재집권은 8년 전 첫 임기를 시작할 때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를 뒤흔들 태세다.
‘미국 우선주의’를 기치로 자기가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규범과 기존 관계도 무시하고 상대방을 강하게 압박하는 그의 외교 스타일은 이미 취임 전부터 국제사회에 풍파를 일으키고 있다.
그는 오랜 이웃이자 자유무역협정 체결국인 캐나다와 멕시코가 펜타닐과 불법 이민 차단에 충분히 협조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관세로 협박하고 있다.
그는 같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인 덴마크가 소유한 그린란드에 눈독을 들이고 있으며, 파나마로부터 운하 운영권을 되찾겠다고 벼르고 있다.
또 전적으로 트럼프 당선인의 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의 압박외교 전술은 바이든 행정부가 오랜 기간 노력해온 가자 전쟁 휴전을 성사한 원동력이 됐다.
관세 신봉론자인 그는 모든 수입품에 10∼20% 관세를, 그리고 중국에는 6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했는데 관세가 현실화하면 다른 국가들이 보복에 나서면서 세계가 다시 트럼프 1기 때와 같은 ‘무역 전쟁’에 휩싸일 수도 있다.
그간 미국과 교역에서 막대한 무역흑자를 쌓아온 한국도 트럼프 당선인이 보기에 탐탁지 않을 가능성이 커 그의 과녁에 오르지 않는 게 만만찮은 과제가 될 전망이다.
그가 자기 눈에는 ‘부자 나라’인 한국에 다시 주한미군 철수를 압박하며 방위비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그가 어떤 대북 정책을 추진할지도 관심이다.
그는 현실적으로 당장은 전쟁 중이거나, 휴전 합의가 이뤄졌으나 여전히 불안정한 우크라이나와 중동에 외교 역량을 집중할 수밖에 없지만, 북한의 도발 등을 계기로 다시 북한과 대화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국내에서는 불법 이민 차단과 감세, 에너지 강국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는 특히 석유와 가스 등 화석연료를 강조하면서 청정에너지에 중점을 둔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에너지 정책을 뒤집으려고 하는데 그간 이런 정책을 믿고 미국에 투자한 한국 전기차, 배터리 기업의 피해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