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을 향한 이란의 보복 공격 하루 뒤인 14일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에서는 분쟁 당사국인 이란과 이스라엘 대사가 참석해 한 치도 양보 없는 설전을 벌였다.
이란대사는 이스라엘을 향한 공격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자신들은 추가 확전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대사는 이란 정권을 나치에 빗대며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이란을 막기 위해 안보리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분쟁 당사국을 뺀 나머지 국가 대사들은 긴장 완화를 위한 당사국의 자제와 해결책 모색을 촉구했다.
일요일인 이날 오후 4시 뉴욕 유엔본부에서 긴급 소집된 안보리 회의에서 아미르 사에이드 이라바니 주유엔 이란대사는 전날 감행한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에 대해 “국제법에 따른 자위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란은 중동 지역 긴장을 고조시키거나 전쟁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일관된 입장을 가지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이스라엘 내부에서 보복공격 주장이 나오는 것을 의식한 듯 “이스라엘 정권의 추가적인 군사적 도발에 대해 경고하고자 한다”면서 “이란은 국민과 국가안보, 주권, 영토를 방어하기 위한 단호한 결의를 가지고 있음을 단언한다”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라바니 대사는 또 이란은 중동에서 미국과 군사적 충돌을 할 의도가 없다고도 밝혔다. 이는 이번 사태에 이스라엘의 동맹인 미국의 개입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였다.
그는 “팔레스타인 지역의 (이스라엘) 군사 목표물을 표적으로 한 이란의 드론과 미사일을 미군이 요격했음에도 우리는 이에 대해 자제력을 발휘했다”며 “이는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고 분쟁 확대를 피하기 위한 우리의 헌신을 강조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맞서 길라드 에르단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는 “오늘날 이란 정권은 나치 정권과 다를 바가 없다”며 “아돌프 히틀러의 제3제국이 대륙을 가로지르는 천년제국 건설을 구상한 것처럼 이란의 급진 시아파 정권도 지역을 가로질러 그 너머를 추구한다. 이것이 이란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가진 이유”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란의 군대는 하마스와 헤즈볼라, 후티, 혁명수비대(IRGC), 그 외 야만적인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를 포함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방공시스템이 우월한 것으로 증명됐다고 해서 이란의 잔혹한 공격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이란은 더는 대리자 뒤에 숨지 말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에르단 대사는 이어 “안보리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면서 “이란의 테러 행위를 비난하고 (위반 시 제재를 부활하는) 스냅백 메커니즘을 작동해 이란 혁명수비대를 테러단체로 지정해야 한다”라며 “이는 이스라엘이나 중동을 위해서가 아니라 세계를 위해서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이날 회의에서 이란의 보복공격 행위를 비난하면서도 추가 확전을 경계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로버트 우드 주유엔 미국 차석대사는 “안보리는 명백히 이란의 공격 행위를 비난하고 이란 및 이란의 파트너와 대리자들은 공격을 멈춰야 한다고 촉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미국은 긴장 고조를 추구하지 않으며 우리의 행동은 순전히 방어적이었다”라고 강조한 뒤 “이란과 대리세력들이 미국이나, 추가로 이스라엘에 어떤 행동을 취하면 이란은 이에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서방 상임이사국이 이스라엘의 시리아 내 이란 영사관 공습을 비난하지 않은 것에 대해 “미국과 영국, 프랑스는 국제법상 외교공관에 대한 불가침 원칙이 모든 나라에 동등하게 적용된다는 점을 상기하는 것조차 거부했다”며 “그에 대한 결과물을 이제 모두가 명확히 보고 있다”라고 책임을 미국 등 서방측에 돌렸다.
발언에 나선 김상진 주유엔 한국 차석대사는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중동 지역에서 증대하는 위험한 파급효과(spillover) 가능성에 대해 지속해서 경고해왔다”며 “중요한 것은 누가 혹은 무엇이 현 상황을 촉발했는지를 두고 손가락질하고 논쟁하기보다는 주의를 이완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는 일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진행 중인 중동 지역의 이미 심각해진 긴장 고조는 즉각 중단돼야 하고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는 비난받아야 한다”라면서 “당사자들은 추가적인 파급효과를 막기 위해 최대한의 자제를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금은 (각국이) 진정하고 긴장을 완화할 시기이며 최대한 자제해야 하는 시기”라고 밝혔다.
이어 “중동의 여러 전선에서 대규모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어떤 행동도 피하는 게 중요하다”며 “중동 지역은 물론 세계 역시 더 이상의 전쟁은 감당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안보리 회의는 전날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공격 직후 이스라엘의 요청으로 소집됐다.
이란은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에 걸쳐 이스라엘에 탄도·순항미사일 수백기를 발사하고 무인기(드론) 공격도 가했다.
이는 이달 1일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해 이란 혁명수비대(IRGC) 고위 지휘관을 제거한 지 12일 만에 이뤄진 무력 보복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