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되돌아보는 2024년 주택 시장(상)
▶ 하반기에 ‘균형·바이어스 마켓’ 지역 늘어
▶ 수수료 새 규정, 우려했던 혼란 크게 없어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끝나가고 있다. 4년 만에 치러진 대통령 선거가 별 탈 없이 마무리된 가운데 주택 시장은 조용한 한 해를 보냈다. 여전히 높은 이자율, 끊임없이 오르는 주택 가격, 부족한 매물 공급 등으로 올해 주택 거래는 예년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수십 년간 이어온 부동산 수수료 관행에 제동이 걸리면서 우려됐던 지각 변동은 나타나지 않았고, 현재 업계는 새 규정에 차분히 적응 중인 모습이다. 대통령 선거라는 큰 불확실성이 제거된 만큼 내년 주택 시장 반등도 기대된다. 올해 주택 시장에서 있었던 주요 소식을 최근 소식부터 되돌아본다.
▲ ‘균형·바이어스’ 마켓 지역 늘어
매물 부족으로 셀러가 주도권을 쥔 셀러스 마켓이 상황이 이어진 지 오래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매물이 급감하면서 초강력 셀러스 마켓으로 전환된 지역도 많다. 올해 연말로 접어들면서 셀러, 바이어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균형을 이룬 마켓, 또는 이미 주도권이 바이어 쪽으로 넘어간 바이어스 마켓 지역이 늘기 시작했다.
온라인부동산 정보업체 질로우에 따르면 뉴올리언스, 마이애미 등 13개 대도시의 주택 시장은 매물이 수요보다 많아 바이어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전환했다. 이밖에 10여 개 대도시는 매물 공급과 수요가 균형을 이뤄, 주택 시장이 셀러와 바이어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상황으로, 주택 거래가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 신규 주택 ‘슈링크플레이션’
신규 주택 시장에서 주택 크기는 작아지고 분양가는 오르는 슈링크플레이션이 나타났다. ‘큰 집’ 수요가 늘면서 2020년대 초반까지 커졌던 신규 주택 크기가 최근 몇 년 사이 다시 작아졌다. 연방 센서스국의 자료에 따르면 1960년대 이후 2020년대 초반까지 단독 주택 중간 면적은 약 800평방피트나 증가했고, 2021년까지만 해도 약 2,303평방피트로 사상 최대 면적으로 기록했다.
그러나 불과 2년 뒤인 2023년 단독 주택 중간 면적은 2,177평방피트로 약 126평방피트 축소된 것으로 조사됐다. 주택 건설 업계에 따르면 포멀 다이닝 룸이나 리빙룸 등 사용이 적은 공간을 줄이고 실용적인 공간에 집중한 주택 설계가 신규 주택 시장 트렌드로 떠오르며 신규 주택 크기는 작아진 반면, 건설 부지 가격 급등 현상으로 인해 분양가는 상승했다.
▲ ‘엉뚱’ 진단 보험 갱신 거절
주택 보험료가 치솟고, 보험 가입과 갱신이 거절되는 등 전국적으로 주택 보험 대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엉뚱한 진단으로 보험 갱신을 거절한 보험 회사까지 등장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드론 등 무인 항공기를 이용해 보험 갱신 전 지붕이나 뒷마당 상태를 점검하는 보험회사가 늘고 있다.
그런데 한 보험 회사는 지붕이 곰팡이 또는 이끼로 보이는 물질로 뒤덮여 보험 갱신이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보내왔다. 나중에 확인한 결과 이물질로 보이는 물체는 태양광 패널이었고 지붕 상태도 양호했지만 갱신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최근 몇 년간 대형 자연재해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천문학적인 규모의 손실이 발생한 보험 회사가 고위험 지역에서 포트폴리오를 축소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 자연재해 빈발로 HOA 관리비 상승
자연재해 빈발 지역의 HOA 관리비가 가파르게 인상됐다. 대형 허리케인 밀턴이 휩쓴 플로리다주 탬파는 지난해 관리비가 무려 17%나 급등했다. 플로리다의 경우 이미 주택 보험료 인상 여파로 많은 주택 소유주들이 보험료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관리비까지 크게 오르자, 일부 주택 소유주는 집을 처분하고 타주 이주까지 고려하는 상황이다.
HOA 관리비 급등 현상은 플로리다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산불과 허리케인 등 자연재해 위험이 높은 포트워스(텍사스주), 새크라멘토(가주), 애틀랜타(조지아주) 등의 지역에서도 HOA 관리비가 지난해 두 자릿수 비율로 인상됐다. 이들 지역에서는 높은 관리비 부담을 피하려는 매물이 빠르게 늘고 있다.
▲ 업계에 폭넓게 사용되는 AI
부동산 업계에서도 ‘인공 지능’(AI) 기술이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AI가 부동산 시장 분석에서부터 고객 창출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업무를 담당할 뿐만 아니라 지루하고 단순한 작업을 효율적으로 전환하며 부동산 에이전트의 비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현재 AI가 활발히 담당 중인 역할은 가상 비서와 일정 관리, 신규 고객 창출 위한 ‘콜드 콜링’, 고객 맞춤형 대화 내용 작성, 시장 분석, 가상 투어 등으로 다양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AI의 등장으로 부동산 에이전트의 역할에 변화가 불가피하지만 고객과의 관계 유지 등 에이전트만이 담당할 수 있는 독특한 업무는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 실용적 주택 디자인 트렌드
주택 건설업계는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대란으로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다. 이 같은 현상이 신규 주택 트렌드에 반영돼, 비용 최소화, 공간 활용 극대화, 독창적 공간 활용 등 새로운 주택 디자인 트렌드가 나타났다. 그중 하나가 엔지니어 우드 바닥재다. 엔지니어 우드는 원목은 아니지만 원목과 차이가 없을 정도로 잘 제조된다. 원목보다 내구성이 강하고 비용이 저렴한 것이 장점으로 신규 주택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 밖에도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주상 복합 주택, 행복감, 따뜻함,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도파민 장식’, 에너지 비용 절약을 위한 ‘전기 주택’ 등이 올해 눈에 띈 주택 디자인 트렌드였다.
▲ 새 수수료 규정 전격 시행
부동산 수수료 관련 새 규정이 지난 8월 예정대로 시행됐다. 새 규정은 셀러가 바이어 에이전트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관행을 제한한다. 협상에 의해 셀러가 바이어 에이전트에게 수수료를 지급할 수 있지만, 매물 등록 서비스인 ‘MLS’(Multiple Listing Service)를 통한 수수료 내역 공개는 금지된다. 셀러가 셀러 측 에이전트 수수료만 지급할 경우 바이어도 앞으로는 바이어 측 에이전트에게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는 것 등이 새 규정 시행에 따른 가장 큰 변화다. 바이어가 지급하는 수수료 내역과 이에 따라 제공받는 중개 서비스 형태 등은 별도의 계약서를 통해 바이어와 바이어 에이전트가 합의해야 하는 절차는 바이어가 알아 둘 사항이다. 수수료 관련 새 규정 시행으로 우려됐던 혼란은 다행히 발생하지 않았고, 현재 많은 에이전트들은 새 규정에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 중이다.
<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