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임명 보류” 담화에 野 내일 韓탄핵안 표결…尹탄핵심판 시간표 염두
“내란 대행이 尹심판 지연” “야당이 국정초토화·경제파괴”…여야 책임 공방
野·우의장, ‘151석 가결 기준’ 탄핵안 처리 방침…與 ‘200석 기준’ 반발
더불어민주당이 26일 사상 초유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 절차를 개시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야당이 요구한 ‘헌법재판관 3인 임명’에 대해 사실상의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다.
이번 탄핵안이 27일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한 권한대행은 국무총리로서뿐 아니라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의 직무가 정지되며,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권한대행직을 맡게 된다.
이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진행할 헌법재판소를 조기에 ‘9인 완전체’로 만들겠다는 게 야당의 전략이지만, 여당은 한 권한대행 탄핵은 물론 헌법재판관 추천, 임명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어 향후 극심한 진통이 예상된다.
◇ 韓 “야당이 권한대행 압박” 담화…野 “내란 대행” 탄핵 개시
애초 민주당은 24일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려다가 헌법재판관 후보자 3인에 대한 임명 여부를 지켜보자며 이를 보류, 27일 본회의를 새로운 ‘데드라인’으로 설정했다.
그러나 이날 한 권한대행이 긴급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면서 당내 기류는 ‘기다릴 필요 없이 즉각 탄핵’ 쪽으로 모아졌다.
한 권한대행은 담화에서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할 때까지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하면 즉시 임명하겠다”며 사실상 헌법재판관 후보자들을 즉시 임명하라는 야당의 요구를 거부한 것이다.
한 권한대행은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며 자신이 임의로 야당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이어 “역사를 돌아볼 때 여야 합의 없이 임명된 헌법재판관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야당은 여야 합의 없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을 행사하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하는 등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한 권한대행의 담화가 끝나자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격앙된 반응이 터져 나왔고, 결국 박찬대 원내대표는 브리핑에서 “권한대행이 아닌 내란 대행임을 인정한 담화였다”며 곧장 탄핵안 제출 및 보고 절차를 밟았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을 신속하게 진행시키는 것이 궁극적 목표인 민주당으로서는 한 권한대행이 ‘임명 불가’ 입장을 공식화한 이상 굳이 하루 더 기다릴 필요가 없어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 與 “권력찬탈 탄핵, 국가경제 파괴”…野 “권한대행이 尹탄핵심판 지연”
여당은 야당이 부당한 탄핵으로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본회의 직후 규탄대회를 열어 민주당의 한 권한대행 탄핵 추진에 대해 “졸속·보복·권력찬탈 탄핵”이라며 “민주당은 국가 경제 파괴 집단이고, 한미동맹·한일외교 파괴 집단”이라고 맹비난했다.
또 “민주당이 탄핵을 서두르는 단 하나의 이유는 민주당 아버지 이재명 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조기 대선 정국을 만들어 선거를 통해 이 대표 사법 리스크를 덮겠다는 수작”이라고 규탄했다.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여야 합의를 선행하고 나서 헌법재판관 임명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발언인데 민주당이 꼬투리를 잡아 탄핵안을 보고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대로 야권을 중심으로는 한 권한대행이 헌법기관 구성을 지연시킨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로, 권한대행이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미루며 스스로 탄핵의 명분을 쌓았다는 반론이 나왔다.
민주당 출신인 우원식 의장은 본회의에서 “권한대행의 임명권 행사가 당연하다는 게 헌법학계의 합의된 해석”이라며 “3명 모두 여야 합의로 추천된 분들인데, 여야 합의 핑계를 대는 것은 궁색하다. 국회의 선출권을 침해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박홍근 의원도 SNS에 글에서 “국회 통과 법안에는 여야 합의없이 거부권을 쓴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은 여야 합의가 없어 안 하겠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 野, ‘151석 기준’ 탄핵안 처리 방침…與, ‘200석 기준’ 반발
이날 본회의에 보고된 탄핵안은 27일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현재 야권이 192석인데다 우 의장도 탄핵안 가결 기준이 다른 국무위원과 마찬가지로 ‘151석 이상’이라고 보고 있어, 탄핵안은 무난히 본회의 문턱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이 경우 한 권한대행의 직무는 정지되며, 민주당은 이후 권한대행직을 넘겨받을 최 부총리에게 헌법재판관 임명 및 특검법 공포를 다시 요청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를 인정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어 향후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우선 국민의힘은 한 권한대행의 탄핵 가결 요건을 두고 ‘대통령 탄핵'(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을 기준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200석 이상의 찬성이 나오지 않는다면 탄핵안은 부결로 봐야 하며, 우 의장의 선포와 관계 없이 한 권한대행도 직무를 계속 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대통령 탄핵 정족수가 3분의 2인 이유가 뭔가. 국정을 통할하는 대통령이 과반으로 탄핵될 경우 상시적 국정 혼란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며 “민주당 주장대로 과반으로 한 대행을 탄핵하면 다음 대행도 과반 탄핵될 것이고 국정은 초토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나아가 지금 상황에서 국회가 헌법재판관을 추천하는 것이나, 이를 권한대행이 임명하는 것 모두 부당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날 헌법재판관 임명동의안 표결에 불참한 것 역시 이런 이유에서다.
권 권한대행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인인 국회가 탄핵을 심판하는 헌법재판관을 추천하는 것은 검사가 판사를 고르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런 문제 때문에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3명에 대한 임명이 강행되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자체도 무효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