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공격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중동 지역의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11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앞으로 48시간 내 자국 영토에 대한 이란의 직접 공격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대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란은 이달 1일 발생한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 폭격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보복을 예고한 상태다.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란이 공격해오면 직접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확전 위기가 커지자 미국은 이란이 보복 공격에 나서지 않도록 중국 등에 이란을 설득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 “이란, 48시간 내 이스라엘 영토 직접 타격”
WSJ에 따르면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은 이스라엘이 앞으로 24~48시간 이내에 자국 남부 또는 북부에 대한 이란의 직접 공격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 지도부의 방침을 전해 들은 한 소식통은 이스라엘 공격 계획이 논의되고 있으나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미국 당국자도 미국 정보 보고서들에 따르면 이란의 보복이 수일 내로 이뤄지며 이스라엘의 영토가 표적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란은 이달 1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주재 자국 영사관이 폭격을 받아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 쿠드스군의 고위 간부 등이 숨지자 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하고 보복을 공언해왔다.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유엔 주재 이란 대표부는 11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다마스쿠스의 자국 영사관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을 비난했다면 “이란이 이 불량 정권(이스라엘)을 처벌하지 않아도 됐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날 이란의 공격에 직접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갈란트 장관은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통화에서 “이란의 이스라엘 영토 공격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란이 직접 이스라엘을 공격하면 이에 상응하는 대응을 할 것이라고 했다.
WSJ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이날 남부 공군 기지에서 “누구든 우리를 해치면 우리도 그들을 해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이클 쿠릴라 미 중부군사령관은 이날 이스라엘을 방문해 이란의 공격 위협에 대한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공격이 임박했다는 관측 속에 미국은 이날 이스라엘 주재 자국 외교관들의 이동을 제한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대사관 공지에 따르면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이스라엘 텔아비브와 예루살렘, 베르셰바 지역 밖에서 미국 정부 직원과 그 가족의 개인 여행이 제한된다. 대사관 공지에는 “안보 환경이 여전히 복잡하며 정치적 상황과 최근 사건들에 따라 빠르게 변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 ‘보복 수위’ 고민 중인 이란…”미국에 ‘통제된 방식 될 것’ 입장 전달”
이란의 보복 군사작전이 실제로 강행될지, 어떤 수위로 이뤄질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WSJ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번주 초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에게 여러 개의 이스라엘 공격 옵션을 제시했다고 이란 혁명수비대의 한 고문이 말했다.
그는 검토 중인 공격 시나리오 중에는 정교한 중거리 미사일로 이스라엘을 직접 공격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그는 “공격 계획이 최고지도자(아야톨라 하메네이) 앞에 놓여 있으며 그는 여전히 정치적 위험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로이터 통신은 이란 소식통들을 인용해 이란이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며 서둘러 보복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미국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란은 이 같은 메시지를 이달 7일 오만을 방문한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을 통해 전달했다. 오만은 미국과 이란 사이 소통 통로 역할을 해왔다.
소식통들은 아미르압돌라히안 장관이 오만을 방문한 자리에서 가자지구 영구 휴전을 포함한 요구 사항이 충족되면 긴장 완화에 나설 용의가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전했다. 이란은 또 약 2년간 교착상태였던 이란의 핵 프로그램 협상 재개도 모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특히 이란이 이스라엘을 통제된 방식으로 공격할 경우 미국이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을 요구했으며, 이 같은 요구에 대해 미국은 오만을 통해 전달한 응답에서 거부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미국 정보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그간 이란은 영사관 공격 보복 대응이 “통제되고 (긴장 악화와 관련해) 비확장적이라는 점을 매우 분명하게 밝혀왔으며 지역 대리 세력을 이용해 이스라엘에 대한 여러 공격에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란의 이 같은 외교적 메시지는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방식과 관련해 이란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분쟁 전문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이란 분석가 알리 바에즈는 로이터에 “체면을 살리는 방식으로 보복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이란의 딜레마”라고 지적했다.
역내 충돌 확산을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이 중국과 튀르키예, 사우디아라비아 등에 이란이 이스라엘에 보복 공격하지 않도록 이란을 설득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란의 보복 공격이 임박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번 주 중국 외교수장인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을 포함해 외교장관들과 대화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지난 며칠 동안 유럽 동맹국들, 파트너들과도 관여해왔다”며 확전은 이란과 역내, 그리고 세계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이들 국가도 이란에 보내도록 촉구했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주임은 블링컨 장관과 통화에서 “중국은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 공격에 대해 강력히 비난하고 외교기관의 안전이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 즉각적인 휴전을 통해 인도주의적 위기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왕 주임은 “중국은 중동문제 해결과 정세 완화를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미국이 특히 이런 건설적인 역할에 앞장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과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도 이날 이란의 아미르압돌라히안 장관에게 각각 전화를 걸어 이스라엘을 보복 공격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