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분 속이고 적극 접근

▶ “확인된 액수만 13만불…소액 피해자도 다수”

한인사회 내 주요 군 관련 친목단체 중 하나인 ROTC 남가주동지회에서 ROTC 출신이 아닌 가짜 회원이 회원들을 상대로 십수만 달러를 빌린 후 갚지 않는 사기 의혹이 제기돼 단체가 발칵 뒤집혔다.

18일 ROTC 동지회 측에 따르면 돈을 빌린 가짜 회원은 평소 3개의 이름을 사용하며 신분을 속여 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해당 사실이 공론화되자 돈을 갚겠다는 말만 남긴 채 카카오톡 단체방(단톡방)을 탈퇴한 뒤 회원들의 전화를 받지 않고 연락이 두절돼 잠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의혹을 받고 있는 이모(43)씨는 지난해 8월 여름 야유회에 처음 참석한 뒤 이후 단체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회원들의 신뢰를 얻었다. 그는 자신을 ROTC 42기 출신으로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현대자동차에서 상무로 근무한다고 소개했다. 또한 부모님은 한국의 ‘영신엔지니어링’ 오너라며 현재 미국 조지아주에 공장을 설립 중이라고 회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ROTC 동지회 측에 따르면 이씨는 전체 모임뿐만 아니라 각종 소모임에도 자주 참석, 매우 사교적인 성격으로 선후배, 동기 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다가가 친분을 쌓았다. 그가 주변에 금전을 요구한 것은 올해 초부터였다.

이씨는 예고 없이 선배들에게 전화해 “지금 룸살롱(혹은 노래방)에 있는데 와이프 몰래 돈을 써야 한다”며 1,000~3,000달러를 요구하는 일이 종종 생겨났다. 그러다 점점 돈을 빌리는 횟수가 늘어나고 단위가 커지기 시작했다.

이씨는 “내가 근무하는 현대자동차에서 저렴하게 차를 구입해 줄 수 있다”며 돈을 요구하는가 하면, “상속 받은 돈을 미국 투자회사로 송금해야 하는데 세금 관련 돈이 필요하다”, “한국에서 현대자동차 주식 투자 후 얻은 수익금을 미국으로 송금하기 전에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등의 이유를 대며 돈을 빌렸다고 ROTC 동지회 측은 전했다.

한 회원에게는 “부모님 회사가 조지아주 현지 법인을 설립해 현대자동차 납품 업체에 선정되면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하며 고용을 미끼로 무려 9만 달러의 돈을 뜯어내기도 했다.

최근 한 달 사이 이씨는 회원들에게 빌린 돈의 상환 기한이 다가오자 각종 변명과 일정을 핑계로 상환을 차일피일 미뤄왔다.

그러던 중 지난 17일 피해자 중 1명이 의구심을 품고 ROTC 남가주동지회 전체에 이 사실을 알리면서 사태가 드러났고, 피해를 호소하는 회원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ROTC 동지회 측은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액이 13만 달러에 달하며, 일부 회원들의 소액 피해는 너무 많아 제대로 집계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동지회 측은 급히 한국 중앙회에 이씨의 신분을 확인했고 그 결과 이씨는 ROTC와 전혀 관련이 없는 인물임이 밝혀졌다고 전했다. 또한 피해자들을 중심으로 이씨가 현대자동차에 실제로 근무하는지 확인해 봤지만 상무라는 이씨의 직함을 어디에서도 확인할 수 없었다.

ROTC 동지회 측은 이번 사태로 인해 회원들 사이의 신뢰가 크게 훼손된 만큼 추가 피해 방지를 위해 법적 조치를 포함한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더 이상 한인사회에서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주한국일보 황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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