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가결 직후, “지금 잠시 멈춰 서지만…” 메시지
경호, 월급, 대통령 신분은 유지… 변론 적극 나설 듯
“저는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
14일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 1시간 뒤 윤석열 대통령은 담화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저는 지금 잠시 멈춰 서지만 지난 2년 반 국민과 함께 걸어 온 미래를 향한 여정은 결코 멈춰서는 안 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후 1시간 지나 그의 직무는 정지됐다. 마지막 메시지에 반성과 사과는커녕 지지층을 향한 자극적인 발언이 넘쳤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앞둔 상황에서 또다시 국론 분열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많다.
발언 수위에 비해 초라한 퇴장이었다. 2016년 12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탄핵안 가결 직후 국무회의를 열어 국정과제 이행을 당부하며 작별인사를 나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그런 기회를 가질 수 없었다. 앞서 3일 불법계엄 선포 과정에서의 국무회의 참석자들에 대한 사법처리 요구가 거센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15일 “당초 국무회의가 열릴 계획도 없었지만 어떤 부처도 탄핵 당일 윤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 임할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신 윤 대통령은 사과 없는 메시지를 통해 지지층에 직접 호소했다. 대통령실을 통해 낸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 “이 나라의 자유민주주의와 법치는 무너져 있었다”며 “자영업자의 절망, 청년들의 좌절이 온 나라를 채우고 있었다”고 전임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을 끝까지 몰아세웠다. “이제 폭주와 대결의 정치에서 숙의와 배려의 정치로 바뀔 수 있도록 정치문화 제도를 개선하는 데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주시기 바란다”고 야당을 거듭 겨냥했다.
한남동 관저에서 탄핵안 통과 상황을 지켜본 윤 대통령은 본격적으로 탄핵심판과 내란죄 혐의 수사, 재판에 대한 준비에 나섰다. 조용하고 소극적으로 대처했던 박 전 대통령과 달리 검찰총장 출신 윤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계엄 선포 이후 이미 주변에 “직접 변호하겠다”, “변론 요지서 써보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직무가 정지된 만큼 대통령실이 직접 조력할 수는 없지만 윤 대통령이 대외 인터뷰나 메시지를 전파하는 방식을 쓸 가능성도 거론된다.
대통령 직무정지 권한 상실 및 유지. 한국일보
직무정지 상태에서는 국군통수권, 공무원 임면권을 비롯해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일절 행사할 수 없다. 국무회의 주재 등 국정 관련 업무도 모두 중단된다. 다만 헌법재판소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대통령이라는 신분은 박탈당하지 않는다. 경호처의 보좌와 의전도 그대로 유지된다. 관용차와 전용기도 법적으로는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현재 출국금지된 상태다. 관용차로 개인 일정을 소화할 가능성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탄핵 기간에도 업무추진비 등을 제외하곤 월급을 그대로 받는다. 대통령실 참모들과 간단한 비공식 접촉은 할 수 있지만 공식 보고나 업무와 관련한 지시는 금지된다. 참모들도 서로 왕래하기엔 부담이 크다. 과거 청와대를 집무실로 쓰던 때는 직무가 정지되더라도 관저가 청와대 내에 위치해 은밀하게 드나들 수 있었지만, 현재는 대통령실과 관저가 떨어져 있기 때문에 동선이 곧바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