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후 첫 인터뷰서 “이중고” 주장… ‘나토 탈퇴 카드’로 방위비 공세

‘머니 머신’ 지칭한 韓 부담↑…한국산 세탁기 50% 관세 부과 자랑하기도

내년 1월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한국을 겨냥해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대폭 인상을 요구하거나 ‘관세 폭탄’을 부과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8일 공개된 M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유럽에 대해 방위비와 무역 불균형 문제를 지적하면서 러시아 위협에 대응한 안보동맹체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서 미국의 탈퇴를 시사하는 등 초강경 입장을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인터뷰에서 “나토는 우리를 이용하고 있다. 무역에서 유럽 국가들은 우리를 끔찍하게 이용하고 있다. 그들은 우리 자동차와 식료품 등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는다”면서 “그것에 더해 우리가 그들을 방어하고 있다. 그것은 이중고(double whammy)”라고 말했다.

이어 집권 1기 때 나토에 강경한 입장을 보인 덕분에 (유럽이) 수천억 달러를 내도록 했다면서 “만약 그들이 청구서를 지불하고, 그들이 우리를 공정하게 대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나는 당연히 나토에 남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진행자가 “그렇지 않으면 탈퇴 가능성도 고려하나”라고 묻자 “물론이다”라고 답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나토 소속 유럽 동맹국의 지원에 대해서도 “일부분만 부담하고 있다”며 “러시아와의 전쟁은 우리보다 유럽에 더 중요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럽과) 미국 사이에는 대양(대서양)이라고 부르는 작은 것이 있다”라고 상기시켰다.

트럼프 당선인의 이러한 언급은 이번 대선 과정에 유럽의 동맹국들을 향해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하고 ‘나토 탈퇴 불사’ 위협을 가하면서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끌어내겠다는 공약을 되풀이해 온 것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한국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그는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서도 유럽 동맹국들을 바라보는 것과 유사한 인식을 여러 차례 내비친 바 있다.

대선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10월 15일 시카고 경제클럽 주최 대담에서는 한국을 ‘머니 머신'(money machine)이라고 부르면서 연 100억 달러의 방위비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어 이튿날 방영된 폭스뉴스의 타운홀 미팅에서는 “그들(한국)은 돈을 내지 않는다. 그들은 부유한 나라다. 아니, 우리는 시작해야 한다. 우리는 더 이상 이용당할 수만은 없다”고 말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런 발언은 트럼프 당선인이 재집권 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인상하는 쪽으로 재협상을 요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는 해석을 낳았다.

한국 정부와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미 대선을 앞둔 지난 10월 유효기간이 2026∼2030년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을 타결했으며, 지난달 29일에는 한국 국회 비준에 이어 양국이 협정 발표에 필요한 절차가 완료됐음을 상호 통보함으로써 SMA를 공식화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당선 후 첫 언론 인터뷰에서 유럽 동맹에 대한 문제의식을 재차 확인한 터라 한국 역시 그의 ‘안보 무임승차론 압박’의 범주에서 완전히 빠져나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이 ‘합리적’이라고 여기는 수준으로 분담금이 인상되지 않으면 관세를 활용해 한국을 압박할 가능성도 커 보인다.

한국은 대규모 대미 무역수지 흑자에, 경상수지 흑자까지 문제가 돼 이미 지난달 미 재무부로부터 환율 관찰대상국으로까지 다시 지정된 상황이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인터뷰에서 2018년 1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해 한국의 삼성과 LG 등이 생산한 수입 세탁기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 조치를 자신의 업적이라며 자랑하기도 했다.

그는 “오하이오의 월풀을 보라. 중국과 한국에서 들어오는 세탁기에 50%의 관세를 부과했다. (그 결과) 수천 개, 수만 개의 일자리를 구했다”라고 과시했다.

그러면서 “미국인들은 비용이 들지 않았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미국)를 더 강력하게 만들었고 일자리를 유지했다”고 말해 ‘관세의 위력’을 거듭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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