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끝나자… 한덕수 “책임 통감”
“즉시 국무회의를 소집했지만, 새벽인 관계로 아직 의결 정족수가 충족되지 못해서 오는 대로 바로 계엄을 해제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오전 ‘비상계엄 해제’를 발표하는 상황은 촌극의 연속이었다. 비상계엄을 해제하려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당시 참석한 국무위원 숫자가 부족해 제 시간에 하지 못하고 미적댔다. 한때 계엄군이 국회 경내에 진입했을 정도로 국가적 위기 상황이었는데도 정작 국무위원은 제자리 하나 지키지 않은 것이다. 결국 실제 비상계엄 해제는 윤 대통령의 발표 후 이뤄졌다.
정부 고위 관료들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다. 45년 만의 비상계엄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인데도 ‘노쇼’는 물론이고 ‘중도 탈주’하는 장면까지 연출됐다. 비상계엄 상황이 끝나고 날이 밝은 뒤에야 내각 총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이미 타이밍이 늦었다.
내각을 통할하는 한덕수 총리부터 민망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비상계엄 상황이 종료되기 전인 이날 오전 2시 30분쯤 퇴청했다. 퇴근한 것이다. 한 총리는 탄핵소추 등으로 대통령 직무가 정지됐을 때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는 중요 인물이지만 책임감을 보여주지 않았다. 한 총리는 비상계엄 상황이 끝난 오전 9시쯤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했다.
한 총리를 제외한 나머지 18명 국무위원의 행방은 여전히 미심쩍다. 부총리와 장관들이 국무회의실이 있는 정부서울청사에 모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면, 원격 화상회의도 가능했던 탓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날 비상계엄 상황 발발 직후부터 이날 오전까지 국무위원 누구로부터 계엄과 관련된 연락을 받은 바 없다고 설명했다. 책임을 지고 사태를 수습하기는커녕 이른바 ‘잠수’를 탄 것이다.
윤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이 결국 실패하자 국무위원 18명은 이날 한 총리에 사의를 표했다. 한 총리는 국민들에게 “작금의 상황에 이르게 된 모든 과정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이 시간 이후에도 내각은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일상이 한 치 흔들림 없이 유지되도록 모든 부처의 공직자들과 함께 소임을 다해달라”며 “마지막 순간까지 국무위원들과 중지를 모아 국민을 섬기겠다”고 덧붙였다.
강진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