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국에 주재하는 유럽 외교관들이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쪽과 소통 채널을 확보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고 CNN이 11일 보도했다.
워싱턴 D.C.에 주재하는 유럽 국가 외교관들은 호텔, 대사관, 싱크탱크 등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진영 인사들과 만나며 트럼프의 재집권 시 정책 추진 관련 의중, 인사 구상 등을 ‘취재’해서 본국에 타전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특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과의 방위비 분담 공유를 중시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어떻게 나토를 위한 안전장치를 확보할지 등에 대한 ‘통찰’에 본국 정부가 목말라 있기 때문에 그 수요를 맞추기 위해 유럽 국가 외교관들이 부지런히 뛰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나토 탈퇴를 심각하게 검토한 것은 물론 지난 2월 유세에서 국내총생산(GDP)의 2% 국방비 지출 기준을 지키지 않는 나토 회원국에 대해서는 러시아에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할 것이라고 말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트럼프의 속내를 읽어내는 트럼프 측근 인사들의 명단도 외교단 안에서 돌고 있다고 한다.
존 래트클리프 전 국가정보국(DNI) 국장,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키스 켈로그 등이 그 명단에 포함돼 있다고 CNN은 전했다.
트럼프의 ‘이너서클’에 선을 대려는 외교관들 간의 경쟁도 치열하다.
CNN은 유럽의 상대적으로 큰 국가 대사들과 워싱턴에 여러 해 주재해온 대사들이 ‘신참’들보다 트럼프 측근들에 더 수월하게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고 소개했다.
유럽 외교관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 쪽에 줄을 대는 데 열심인 것은 2016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세간의 예상을 깨고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를 이기며 대통령이 됐던 때의 기억이 크게 자리 잡고 있다.
대부분 국가 외교관이 사전 정보나 교류 없이 직면한 트럼프 전 대통령 및 그 측근들과의 관계 설정에 어려움을 겪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즉흥적 스타일에 적응하는 것도 수월치 않았던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2017∼2021년)부터 워싱턴 주재 대사관에서 근무해온 한 베테랑 유럽 외교관은 CNN에 “트럼프와는 모든 것이 ‘관계’로 결정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우리는 그다지 긴장하지 않는다”며 “(본국) 정부에 트럼프와 개인적인 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은 자신의 대화 상대방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만나기 전날인 지난 8일 플로리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만나 눈길을 끌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