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사법권 남용에 면죄부 될수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임기 막판에 불법 총기 소지, 탈세 등의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은 차남 헌터 바이든을 사면한 것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사법권 남용’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크게 덜어줬다는 비판이 미 정치권에서 고조되고 있다.
2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바이든이 차남 헌터를 사면하면서 1.6 의회 의사당 폭동 주범자들을 비롯해 자신의 범죄 혐의에 대한 대대적 사면을 고려하고 있는 트럼프의 행보가 더욱 대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폴리티코는 이를 두고 “바이든이 후임자에게 의도치 않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일찍 전달했다”고 비꼬았다.
바이든은 앞서 지난 1일 “가족을 위해 대통령의 사면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뒤집고 헌터에 대한 사면을 단행했다.
헌터는 2018년 총기 구매 당시 제출 서류 ‘불법 마약 사용 여부’ 부분에 거짓 기재한 혐의로 델라웨어주에서 기소돼 지난 6월 유죄 평결을 받았고, 이달 4일 형량 선고를 앞두고 있었다. 캘리포니아에서도 탈세로 기소돼 9월 재판 직전 유죄를 인정했다. 바이든은 그러나 헌터에 대한 기소가 자신의 임기 중에 이뤄졌음에도 불구, 그가 정치적으로 희생양이 됐다고 주장했다.
미 정치권에서는 바이든의 이번 조치가 트럼프의 2기 행정부의 사법권 남용 행보에 광범위한 면죄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자신을 기소한 법무부를 정면 겨냥하고 있는 트럼프 당선인은 이미 △연방정부 변호사 대량 해고 △바이든에 대한 검찰 조사 △특별 검사 잭스미스 해임 등 논란이 많은 조치들을 예고한 상황이다. 조지 W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변호사로 재직한 리처드 페인터는 “바이든의 사면은 트럼프에게 더 많은 탄약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트럼프는 이미 바이든의 사면을 맹비난하면서 자신의 다음 행보를 예고했다. 그는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바이든의 사면은) 사법권 남용”이라며 “헌터에게 내린 사면에 수년 동안 수감된 ‘J-6 인질’도 포함되느냐”고 지적했다. J-6 인질은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해 이듬해 1월 6일 의회 폭동에 가담했다가 수감된 트럼프 지지자들로 트럼프는 이들의 사면을 공언해 왔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바이든의 사면권 행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폴리티코는 “민주당원들은 이번 사면이 바이든의 유산을 훼손하고 나쁜 선례를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 출신의 제러드 폴리스 콜로라도 주지사는 자신의 엑스(X)에 “아버지로서 바이든의 마음을 이해하지만, 그가 국가보다 가족을 앞세운 것에 실망했다”고 공개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