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기온 혈압·신경·관절 등에 악영향
저체온증 등 한랭 질환도 주의해야
겨울을 알리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건강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날씨가 추워지면 혈관이 수축해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고, 주변 근육‧인대가 수축하면서 관절 통증도 심해질 수 있어서다.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고 한랭 질환에도 대비해야 한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급격한 기온 변화는 신체에 부담을 준다. 그중 대표적인 게 혈압이다. 혈관의 수축과 이완이 반복되면서 일정한 혈압 유지가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봐도 2021년과 2022년 고혈압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두 해 모두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된 12월에 가장 많았다. 우종신 경희대병원 심장혈관센터 교수는 “갑작스러운 추위는 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하고 혈관 수축과 함께 혈압을 상승시킨다”며 “기온 1도 하강 시 수축기 혈압은 1.3㎜Hg 정도 올라가고 확장기 때는 0.6㎜Hg 정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기존에 고혈압을 앓고 있거나, 고령층이라면 외부 온도 변화에 신체가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2019년에 약 651만 명이었던 고혈압 환자는 지난해 746만 명으로 2년 새 15%가량 증가했다. 고혈압은 수축기 혈압이 140㎜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90㎜Hg 이상인 상태로, 특별한 증상이 없어 ‘침묵의 살인자’로도 불린다.
혈압이 높은 상태가 지속되면 혈관 벽에 강한 압력이 계속 가해져 혈관이 약해진다. 혈관 벽에 상처가 나고 혈관이 점점 좁아지기도 한다. 심장이 보다 센 압력으로 수축해야 해 심장에도 부담이 간다. 혈관이 좁아진 탓에 심장근육이 필요로 하는 산소‧영양분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혈압 상승이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뇌졸중은 혈관이 막히는 뇌경색과 혈관이 터지는 뇌출혈로 구분하는데, 뇌경색이 전체의 80%를 차지한다.
우 교수는 “특히 새벽 시간대는 혈압이 가장 높아지는 시기이고, 일교차도 크기 때문에 혈압이 순간적으로 상승해 뇌경색‧심근경색 등 치명적인 응급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평소 혈압이 높다면 새벽 운동과 등산 등은 최소화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뇌졸중이 발생하면 혈관이 막히거나 터진 뇌 부위에 따라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발음이 어눌하고 말을 잘 못하거나 다른 사람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언어장애를 겪을 수 있다. 신체의 한쪽이 마비돼 팔·다리를 움직이려고 해도 힘이 들어가지 않거나 감각이 떨어진다.
조병래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도 “뇌졸중은 고혈압이 있으면 위험성이 더 커진다”며 “날씨가 쌀쌀해지기 시작하면 뇌혈관에 압력이 증가하고, 뇌혈관이 커진 압력에 견디지 못해 터지면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고 했다.
추위가 신체에 몰고 오는 악영향은 이외에도 여럿이다. 우선 신경계에 손상이나 질환이 생겨서 발생하는 통증(신경병증성 통증)을 악화한다. 신경병증성 통증은 일반적인 통증과 달리 만성화할 경우 작은 자극에도 과하게 반응하는 통각과민, 스치기만 해도 큰 통증을 느끼는 이질통 등을 유발한다.
관절염도 비슷하다. 허재원 바른세상병원 관절센터 원장은 “추위가 관절염 자체를 악화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날이 추워지면서 통증 민감도가 높아져 통증을 더 잘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피부에서 나타나는 만성 염증성 질환인 건선도 겨울철에는 더욱 심해질 공산이 크다.
추위에 오랜 시간 노출될 경우 한랭 질환도 앓을 수 있다. 대표적인 한랭 질환은 신체 중심 체온이 35도 아래로 떨어지는 저체온증이다. 특히 60대 이상은 근육량이 적어 저체온증에 걸리기 쉬운 만큼 주의해야 한다.
저체온증의 초기 증상은 팔과 다리 등에서 나타나는 떨림 현상이다. 피부에 일명 닭살로 불리는 털세움근 수축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혈관이 수축해 피부가 창백해지고 입술이 푸른빛으로 변하거나 발음이 부정확해지면서 기억력‧판단력‧균형감각이 떨어진다. 중심 체온이 29~32도로 내려가 저체온증이 심해지면 의식이 흐려지고 호흡과 심장박동도 느려진다.
이러한 질환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실내외 온도차를 줄이고 보온에 신경 써야 한다. 얇은 옷을 여러 겹 입고, 따뜻한 실내에서 추운 외부로 나갈 때는 갑작스럽게 찬 기운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게 좋다. 추위로 인해 옷이 두꺼워진 상태에서 움츠리다 보면 어깨나 목, 팔 등이 경직되기 쉽기 때문에 틈틈이 스트레칭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스카프나 목도리 등을 두르면 체온을 3도가량 높일 수 있어 체온 유지에 효과적이다.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