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특사 중재로 양측 골자 윤곽…이행방안 등 세부 난제
이, 협상 와중에도 베이루트 폭격…하루에만 44명 숨져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간 휴전 협상이 미국 특사 중재로 급물살을 타면서 60일간 교전중지 등이 집중 논의되고 있다.
다만 양측이 최종 타결에 이르기까지는 상호 합의 이행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등이 여전히 난제로 남아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2일 레바논과 이스라엘, 중재국인 미국 당국자들을 인용, 60일간 일시휴전과 완충지대 조성을 골자로 하는 협상안이 제안됐다고 보도했다.
북부 국경을 넘어 레바논 남부에 진입, 헤즈볼라와 교전을 벌여온 이스라엘 지상군을 철군시키고, 헤즈볼라 역시 이스라엘 국경에서 29㎞ 거리인 리타니강(江) 이북으로 무장대원들을 물리자는 것이다.
그러면 공백지대가 된 리타니강 이남 이스라엘 접경지역에 레바논 정부군과 유엔 평화유지군을 증강배치해 더이상의 무력 충돌을 억제하고 항구적 휴전의 기틀을 닦는다는게 골자로 알려졌다.
제안된 합의안에는 이렇게 조성된 완충지대에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양측 모두 발을 들이지 못하도록 미국 주도로 새 합의 이행 틀을 구축한다는 내용도 담겼다고 당국자들은 전했다.
이는 2006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의 전쟁을 끝내기 위해 채택됐으나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701호를 완전한 이행으로 올려놓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중순부터 헤즈볼라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공격이 본격화한 이래 지도부가 몰살하고 지지기반인 시아파 공동체가 흔들리는 등 심각한 피해를 입은 헤즈볼라도 대체로 휴전에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스라엘의 공습에 목숨을 잃은 전 수장 하산 나스랄라의 뒤를 이어 최근 헤즈볼라의 1인자가 된 나임 카셈은 20일 영상연설을 통해 “간접적인 협상 방식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헤즈볼라가 원하는 건 두 가지로 하나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을 멈추는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레바논의 주권을 보전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현지 외교가에선 지금껏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휴전이 먼저라는 입장을 보이던 헤즈볼라가 한 발 물러나 이스라엘과의 휴전 협상에 나선 것은 상당한 진전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정부도 헤즈볼라와의 전쟁을 조기 종식하라는 거센 정치적 압박에 노출돼 있다.
작년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해 가자 전쟁이 발발한 이래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북부를 향해 산발적 로켓·미사일 공격을 가해왔고, 이로 인해 이스라엘 북부 주민 수만명이 1년 넘게 피란생활을 하고 있어서다.
표적 공습과 지상군 투입으로 치명상을 입혔다지만 여전히 하루 많게는 100발 이상의 로켓이 이스라엘로 발사되는 등 헤즈볼라의 전투역량을 제거하는데는 미치지 못해 전쟁 장기화 위험이 커진 것도 이스라엘에는 부담이다.
최근 레바논과 이스라엘을 찾아 휴전 논의를 주도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 특사 아모스 호치스타인 백악관 선임고문은 지난 20일 헤즈볼라를 대신해 협상에 나선 나비 베리 레바논 의회의장과 만난 후 기자회견에서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도 레바논 각지에선 이스라엘군의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UPI 통신에 따르면 레바논 보건부는 수도 베이루트와 남부 항구도시 티레, 바알베크 등 곳곳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아 22일 하루 동안에만 최소 47명이 숨지고 22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