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안에 700여 종 세균 살아
구강 미생물, 전신질환과 연관성
강도 센 구강청결제 사용 지양해야
“지저분한 세균하면 떠오르는 곳이 화장실의 변기잖아요? 그런데 변기보다 우리의 입 속에 더 많은 세균이 살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대략 700종이고, 국내 연구에선 1,016종이 발견되기도 했어요.”
이효정 분당서울대병원 치과 교수는 “사람의 유전물질(DNA)보다 더 많은 양의 세균이 구강에 있고, 각 세균이 서로 영향을 끼치며 구강과 우리 몸 전체에 영향을 준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달 13일 경기 성남시 소재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만난 이 교수는 “구강 내 세균 관리가 중요하다”며 설명을 이었다.
경기도 성남시 소재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만난 이효정 치과 교수가 구강 내 세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예전엔 스트렙토코쿠스 무탄스 세균이 치아의 딱딱한 부분을 녹여 충치를 유발하고, 포르피로모나스 진지발리스 세균은 치주염을 일으킨다고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요즘엔 구강 내 700여 종의 세균 간 불균형으로도 충치‧치주염뿐 아니라, 각종 질환이 발생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구강 미생물을 잘 관리하면 다른 전신질환 치료‧예방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미생물로 병을 치료하는 이 같은 방법은 장내 미생물에선 이미 상용화가 됐다. 앞서 2022년 미국과 호주에선 분변미생물이식(FMT)에 바탕을 둔 치료제가 승인됐다. FMT는 건강한 사람의 분변을 이식, 환자의 장내 미생물을 재구성해 치료 효과를 기대하는 방식이다.
구강 미생물이 전신질환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속속 나오고 있다. 구강 미생물 관련 연구를 활발히 해온 이 교수 역시 새로운 연구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고도비만인 사람이 위절제술을 받으면 체질량지수(BMI)가 35 이상에서 20대 후반으로 내려오거든요. 그러면 구강 내 미생물도 바뀌어요. 고도비만이었던 사람의 구강 미생물 구성이 몸무게가 정상 범주인 사람처럼 변하는 겁니다.”
앞서 지난달에는 국제학술지 ‘구강미생물학 저널’에 치주질환으로 입 속의 미생물 환경이 악화하면 당뇨병과 심혈관질환, 암, 치매 등 전신질환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내놨다. 구강에 있는 세균 등이 혈액을 비롯해 인체 곳곳에서도 동일하게 발견되는지를 관찰한 결과다. 이 교수가 참여한 공동연구진은 구강 내 미생물 환경이 몸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고자 치주염 환자군과 건강한 대조군 참가자들에게서 수집한 타액(침), 구강 내 치태(플라크), 혈액 데이터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치주염 환자에게선 타액‧치태에서 관찰된 치주염 관련 미생물의 구성과 비율이 혈액에서도 동일하게 확인됐다. 이 교수는 “구강 내 미생물 환경을 악화시키는 치주염이 전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구강 세균이 직접 이동하거나, 구강 세균이 생성한 염증 유발물질이 전달되면서 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학계에선 보고 있다.
그는 “구강 미생물을 좋은 쪽으로 바꿔 질환을 치료한다거나, 구강 미생물을 분석해 병을 미리 진단하는 등 앞으로 구강 미생물 연구가 보다 널리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환자를 수술대에 앉히거나 분변에서 미생물을 채취하는 것보단, 구강 세균을 유익한 쪽으로 유도하거나 침에서 미생물 종류‧구성을 확인하는 게 수월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일상생활에서 구강 미생물을 잘 관리하기 위한 방안으로 양치질과 스케일링을 꼽았다. “사람이 태어나자마다 수 초 안에 스트렙토코쿠스란 세균이 입 안에 생겨요. 그런 다음 다른 세균도 붙기 시작합니다. 켜켜이 쌓인 세균을 양치질로 닦아내지 못하면 일종의 세균막이 형성돼요. 살아있는 돌무더기 같은 게 만들어지는 거라 나중엔 약도 침투를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스케일링을 통해 이러한 세균 돌무더기를 긁어내는 게 필요하단 뜻이다. 이 교수는 “1년에 두 번은 스케일링을 받는 게 좋다”며 “개인의 습관이 바뀌지 않는다고 했을 때 세균막이 다시 쌓이는데 6개월 안팎 걸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치주염 치료도 필수적이다. 40대 이상에서 치아 상실의 주원인인 치주염은 치아 주위 조직의 염증으로 인해 잇몸과 치아를 지지해 주는 뼈(치조골)가 파괴되는 질환을 말한다. 양치질할 때 잇몸에서 피가 나고 치아가 흔들리는 것이 주요 증상이다. 치아에 힘이 없어져 음식을 씹기 힘들다가 결국엔 치아가 빠지게 된다. 이 교수는 “치주염을 앓게 되면 치아와 잇몸 사이가 많이 벌어지기 때문에 혐기성 세균이 살 수 있는 좋은 장소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양치질을 할 때도 시간을 가장 많이 할애해야 할 때는 잠들기 전”이라고 강조했다. “늦게까지 야식 먹고 피곤하다고 양치질도 하지 않고 잠드는 것이 구강 미생물 관리 관점에서 보면 제일 안 좋아요. 치주염과 마찬가지로 입 안의 혐기성 세균이 급증할 유인이 되거든요.”
그렇다고 화학물질을 너무 많이 사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치과에서 살균 소독용으로 헥사메딘이란 약을 처방하는데, 3개월 이상 쓰면 구강 내 좋은 세균이 많이 없어집니다. 강도가 센 구장청결제도 마찬가지여서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