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공약, 더 극적이고 과격”
중국 경제 ‘안정적 성장’ 목표도 타격
“트럼프, 관세맨이자 거래자” 평가도

‘무역전쟁의 화신’, ‘관세맨’ 도널드 트럼프의 귀환으로 미중 2차 경제전쟁에 불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 “중국 상품에 6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그의 공언대로 “미중 무역전쟁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보다 더 과격하고 격렬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지난 4년간 각종 보복 카드를 다듬으며 맷집을 키워 온 중국의 대응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돼 파장은 글로벌 전체로 퍼져 나갈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대선 기간 내내 중국과의 무역 전쟁 의지를 공언했다.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60%의 관세 부과는 물론 멕시코를 통해 수입된 중국산 자동차에는 100~200%의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중국에 대한 무역 최혜국 대우도 철폐하겠다고 선언했다. 재집권하면 “중국에 있는 제조업이 펜실베이니아로 대이동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중국 전문 매체 시노시즘의 빌 비숍 발행인은 영국 BBC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1기 행정부 당시 합의한 무역 협정을 중국이 지키지 않았고 이 때문에 2020년 대선에서 패배한 것으로 여긴다”며 “(따라서) 고율 관세를 물리겠다는 그의 공약은 진심”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그가 또 한번 당선될 수 있었던 핵심 공약을 관세로 꼽으며 “2기 행정부에선 더 극적이고 파괴적인 계획을 내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관세 폭탄 떨어지면 중국 GDP 2% 증발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양자 회동을 갖고 있다. 오사카=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양자 회동을 갖고 있다. 오사카=AFP 연합뉴스

무역전쟁 2라운드로 중국 경제가 받을 스트레스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관세는 10~25% 수준이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트럼프 1기 당시 무역전쟁이 중국 국내총생산(GDP) 0.65% 하락을 가져온 것으로 추정했다. 60%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2%로 하락폭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뜩이나 중국 경제는 ‘내수 침체→실업률 상승→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의 악순환을 거듭하며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관세 폭탄에 따른 수출액 급감까지 더해지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추구하는 ‘안정적 성장’과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

반도체 등 첨단 기술 공급망에서 중국을 봉쇄하기 위한 미국 전술도 달라질 수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미국 내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정부 보조금을 지원하는 ‘반도체·과학법(칩스법)’ 수정·폐기를 주장해 왔다. 미국 예산을 들이기보다 반도체·배터리 산업 강국을 관세로 압박해 미국 투자를 유도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공급망을 둘러싼 미중 대결에 결국 한국, 일본, 대만, 유럽도 빠르게 휘말릴 공산이 커진 셈이다. 대규모 무역전쟁이 발발하면 내년 세계 경제 규모가 7%가량 쪼그라들 것이라는 국제통화기금(IMF) 예측도 나왔다.

트럼프는 1기 행정부에서 ‘안보’ 이유를 앞세워 화웨이, SMIC 등 중국 대표 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반면 미국의 제재가 중국의 첨단기술 자립을 되레 부추겼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해 트럼프 당선자는 두 번째 임기 때 중국 첨단 기술 기업에 대한 더욱 예리한 제재에 나설 공산이 크다. 1기 때와 마찬가지로 중국이 극도로 민감해하는 신장위구르자치구 인권 문제 등을 중국 압박 카드로 사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맷집 키운 중국, ‘보복 도구 상자’ 사이즈 키웠다

미중 무역전쟁 2라운드 본막이 열리면 중국도 저항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중국정책을 담당했던 릭 워터스 전 미 국무부 차관보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국은 수년간 미국에 대한 제재 프레임을 개발해 왔다”며 “트럼프의 무역전쟁에 대비하기 위한 중국의 ‘보복 상자’도 꽤 커졌다”고 지적했다. △보복 관세 △희귀광물 통제 △미 군수기업 제재 등 보복 시리즈가 이미 준비됐을 것이라는 얘기다. 중장기적으로는 대미 무역 손해분을 줄이기 위해 브릭스(BRICS) 등 ‘글로벌사우스'(남반구 국가들)와의 경제 연대 움직임도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은 트럼프 1기 당시 미국의 관세 부과에 맞서 반도체 부품 제조에 필수적인 희토류 수출 통제 보복에 나선 적이 있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중 갈륨 시장의 90%, 게르마늄 공급의 60%를 차지한다. 미국은 대중국 반도체 수출을 통제하고, 이에 중국은 반도체 소재 통제 권한을 쥐고 맞서는 형국 또한 트럼프 2기에서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발 관세 폭탄, 미국 자신도 유탄 맞을 것”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후보 유세가 열린 4일 펜실베이니아주 레딩에서 한 지지자가 손팻말을 들고 트럼프 후보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다. 레딩=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후보 유세가 열린 4일 펜실베이니아주 레딩에서 한 지지자가 손팻말을 들고 트럼프 후보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다. 레딩=AP 뉴시스

미국도 무역전쟁의 피해자가 될 공산이 크다는 점은 변수다. 관세 인상은 미국 내 물가 상승을 초래하며 되레 미국 소비자에게 부담을 지울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트럼프의 관세 공약이 모두 실현되면 미국 소비자 물가가 0.9%포인트 상승하고 GDP는 1.4%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트럼프 관세정책으로 미국 소득 분포의 중간층 가구가 매년 약 1,700달러(약 238만 원)의 손해를 볼 것이라는 전망치도 제시했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되레 자국민들을 괴롭히고 있다는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트럼프가 관세 폭탄을 남발할 것으로 단언하기도 어려운 셈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 몸담았던 전직 관리는 CNN에 “트럼프는 관세맨이지만 거래자이기도 하다”며 “관세를 다른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트럼프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막대한 관세를 실제로 부과할 수도 있지만 중국 등 주요국과의 외교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지렛대로 활용할 여지도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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