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추진되고 있는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논의가 OTT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번 합병은 단순한 기업 결합을 넘어 국내 미디어 산업의 지형도를 바꿀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특히 우려되는 점은 콘텐츠 시장의 독과점 가능성이다. CJ 계열사와 지상파 방송 3사가 주축이 될 합병 기업은 자사 콘텐츠를 우선 노출하거나, 경쟁 사업자에 대한 차별적 콘텐츠 제공 등으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 이는 2019년 웨이브 출범 당시 공정거래위원회가 제기했던 우려와 동일한 맥락이다.

더욱이 합병사가 시장 지배력을 확보한 후에는 콘텐츠 투자를 줄이고 구독료를 인상하는 등 수익성 위주의 경영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글로벌 OTT 공룡인 넷플릭스도 최근 오리지널 콘텐츠 비중을 낮추고 구독료를 인상하는 등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합병이 성사될 경우 국내 OTT 시장은 사실상 넷플릭스와 티빙-웨이브의 양강 구도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중소 OTT 플랫폼의 시장 퇴출을 가속화하고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어렵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시청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

무엇보다 현행 OTT 시장은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합병으로 인한 독과점이 형성될 경우 시청자 보호에 더욱 취약해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이번 합병은 단기적인 기업의 이해관계를 넘어, 한국 미디어 산업의 장기적 발전과 소비자 후생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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