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용변호사의 캘리포커스

20년 넘게 미국에 살면서 미국 문화에 대해 놀라고 경의를 표하게 될 때가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놀랍고, 매번 대단하다고 느끼는 것은 금주법과 감사절이다.

금주법(Prohibition)
고대 이래로 술을 금지하는 법은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술의 제조와 유통을 헌법으로
금지한 나라는 미국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닐까 싶다. 술은 인류의 시작과 함께 시작되었고,
곡물과 과실이 풍부한 곳에서는 어김없이 술문화가 발달했기 때문이다.

1919년 제정된 미국 수정헌법 제18조는 ‘미국과 모든 사법권이 미치는 영토에서 알콜 음료의
제조, 판매, 또는 운송, 수입, 수출은 금지하고 있다.’ 다만, 술 마시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고, 술의 제조와 매매, 운송을 할 수 없도록 했다.

금주법이 제정된 데에는 사회적인 요인과 종교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민자들이
들어오며 수많은 국가의 술이 미국으로 유입되었다. 무엇보다 음주를 주로 즐기는 계층은
하층민이 많았고, 알콜 중독에 시달리는 이들이 급증하면서 각종 질병에 따른 의료적 문제와
가정폭력 등 범죄의 급증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이 찾아오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 종교단체와 여성 인권 단체가 음주로 인한 해악을 사회적 문제로 거론했고,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금주 운동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금주법은 국가가 앞장서서 술을
마실 수 있는 개인의 권리를 제한한다는 점에서 개인의 권리 침해와 위헌의 요소가 있었지만,
도덕적인 사회를 위해 헌법으로 술의 제조와 유통을 금지했다는 점에서 당시 미국 사회의
도덕적 기준이 얼마나 높았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LA 한인타운 맥아더팍이나 다운타운을 지나다보면 마약으로 인해 혼미한 노숙자나 어깨가 떡
벌어진 여장남자를 많이 보게 된다. 과거 청나라가 마약(아편)과 도박으로 망한 것처럼, 만약
미국이 쇠한다면 마약과 동성애 때문이지 않을까?

금주법으로 인해 밀주가 성행하는 등의 부작용이 있었다. 하지만, 음주량은 절반으로 떨어졌고,
음주로 인한 정신질환도 줄들었다. 음주로 인한 사망도 10%로 줄어드는 등 긍정적인 요인도
적지 않았다. 마약 합법화나 동성애 허용으로 인한 긍정적인 요인도 있겠지만, 더 늦기 전에
연방 차원에서 금지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추수감사절(Thanksgiving)

금주법 못지않게 놀랍고, 매번 감탄하는 것이 추수감사절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추수를 감사하고 이를 기념하며 축제를 여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한국만 해도 음력 8월 15일을 추석으로 지정해 첫 수확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하지만 엄밀한 의미의 감사절은 아니다.

세계 많은 나라들이 건국일이나 독립기념일을 국경일로 정해 기념하고 있지만, 아마도 오로지
감사만을 목적으로 국경일을 정한 나라는 미국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미국의 추수감사절은 매년 11월 네 번째 목요일로, 올해는 11월 28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1620년 102명의 청교도들이 신앙의 자유를 찾아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영국을 출발해
매사추세츠주 ‘플리머스(출발한 곳의 이름을 따 도착한 곳을 ‘플리머스’로 이름지었다)’에
정착했고, 이듬해 첫 수확을 감사하며 원주민들을 초청해 사흘간 축제를 연 것에 기원한다.

1789년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이 추수감사절을 국가적 기념일로 선포했고, 1864년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주마다 달랐던 추수감사절 날짜를 같은 날(11월 마지막 주 목요일)로 통일했다.
이후 1941년 연방의회가 11월 넷째 주 목요일로 날짜를 변경할 것을 결정하고,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이를 승인하면서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

감사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Thank you”하는 사람에게 싫은 소리 하는 사람
없고, 들을 때마다 기분 좋아지는 것이 감사다. 우는 아이 떡 하나 준다는 말도 있지만, 감사하는
사람에게 더 주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추수감사절은 단순히 하루 쉬는 날이 아니라 오늘의 미국을 있게 한 필그림들과
건국의 아버지들이 얼마나 감사를 중요하게 생각했고, 실제로 이를 실천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날이기도 하다.

2024년을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해 동안의 수고를 나누고 기뻐하는 감사의 달
11월이다. 올 한해 수고한 모든 이들의 가정에 풍성한 수확의 기쁨이 가득하길 기원한다. 물론
지나친 음주와 마약은 금물이다.

(213) 700-3159

 jungdy18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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