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기간 센 벨트 등 경합주 집값 폭등

양당 후보 주택시장 정책 앞세워 표심 호소

오는 11월 5일 열리는 대통령 선거에서 주택 가격 변동이 경합주 유권자들의 표심을 흔들 전망이다. 워싱턴포스트가 주택 가격 동향 보고서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경합주의 주택 가격은 2019년과 2024년 사이 다른 주에 비해 월등히 높은 비율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전국 주택 가격이 약 48% 상승한 반면 애리조나,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니아를 포함한 7개 경합주 대부분 카운티 주택 가격은 전국 주택 가격 상승률보다 2배나 넘게 올랐다. 이미 경제를 가장 큰 우려 사항으로 꼽는 경합주 유권자들에게 주택 가격과 주택 임대료 부담이 가중되면서 치솟는 주택 비용을 해결할 후보에게 표심이 쏠릴 전망이다.

◇ 경합주 집값 폭등

워싱턴포스트는 경합주 유권자들이 경제를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이번 조사를 벌였다. 조사에 따르면 경합주에 속한 대부분 카운티에서는 타주 카운티에 비해 더딘 성장 및 임금 정체 등 경제 둔화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경합주 중에서도 애리조나,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등 3개 주에서는 주택 가격이 급등하면서 가장 심각한 경제 문제로 떠 올랐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이들 3개 주 유권자의 80% 이상이 거주하는 카운티 주택 가격은 2019년 8월과 2024년 8월 사이 전국 평균 상승률보다 높은 비율로 올랐다.

센 벨트를 중심으로 한 많은 경합주는 코로나 팬데믹이 휩쓸고 간 이 기간 인구 유입이 두드러지게 늘어난 지역이다. 인구 증가로 주택 수요는 늘어난 반면 주택 신축 중단, 매물 감소 등의 현상이 나타나면서 주택 가격이 폭등으로 이어졌다. 해안가 관광지로 잘 알려진 노스캐롤라이나주 윌밍턴의 경우 이 기간 주택 가격이 65%나 폭등하면서 이 지역 유권자 대부분은 주택 가격을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는다.

◇ 4년 전 결과 뒤바뀔 수도

식당 주방 요리 보조사로 일하는 지미 로이드(57)는 올 한 해에만 30%나 오른 렌트비를 지적하며 “가장 큰 걱정거리는 주택 비용을 포함한 생계비 마련이다”라며 “월급에 의존해 생활하는 나 같은 하위 중산층을 도울 수 있는 후보를 뽑겠다”라고 말했다. 공화당 지지자로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로이드는 시급 15달러 50센트를 받아 생활한다. 월급의 절반에 달하는 돈을 윌밍턴 다운타운의 낡은 집 방 하나 임대료로 내고 나면 남은 돈으로는 한 달 생활이 빠듯하다.

윌밍턴이 위치한 뉴하노버 카운티는 4년 전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2%포인트의 근사한 차이로 40년 만에 처음으로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을 꺾은 지역이다. 4년이 지난 지금 주택 가격 급등으로 지역 정치 상황은 다시 달라지는 모습이다. 뉴하노버 카운티가 위치한 노스캐롤라이나주는 경합주 중 한 곳으로 현재 각종 여론 조사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박빙의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 팬데믹 기간 경합주 인구 유입 늘어

경합주 유권자들을 한숨짓게 하는 것은 주택 가격뿐만이 아니다. 지지 정당을 떠나 양당 유권자 모두 치솟는 주택 임대료를 잡아 줄 대통령이 절실하다고 하소연한다. 지난 5년간 뉴하노버 카운티 주택 임대료는 전국 평균 상승률인 19%를 훨씬 웃도는 35%나 급등했다. 7개 경합주의 약 84% 유권자가 거주하는 지역의 주택 임대료 상승률 역시 같은 기간 전국 평균 상승률을 앞질렀다.

노스캐롤라이나주는 100개 카운티 중 89개 카운티의 주택 가격 상승률이 전국 평균 상승률을 앞지를 정도로 주택 비용 부담이 심각하지만 다른 경합주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노스캐롤라이나를 포함, 애리조나와 조지아주는 최근 연 소득 20만 달러 이상 고소득자가 몰리면서 주택 가격을 끌어올리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또 다른 경합주인 네바다와 펜실베니아의 경우 주택 가격 상승세가 심각하지 않지만 주택 임대료 급등에 시달리는 유권자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양당 후보 모두 캠페인 기간 내내 주택 시장 안정화 정책을 강조해 왔다. [로이터]

◇ 해리스, 대대적 첫 주택 구입 지원

코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앞두고 어느 후보가 유지 가능하고 실효성 있는 주택 시장 안정화 정책을 제시하느냐가 선거의 가장 큰 쟁점으로 떠 올랐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300만 개의 신규 주택을 건설, 첫 주택 구매자에게 2만 5,000달러 다운 페이먼트 지원, 저소득 주택 세금 공제를 확대 등을 주택 공약을 대선 캠페인 내내 강조하고 있다.

또 신규 임대 주택과 저렴한 주택 공급을 위해 400억 달러 규모의 주정부 및 지자체 지원금을 제공하고, 저렴한 가격대의 주택을 공급하는 건설업체에게 신규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 등을 제안했다. 해리스 후보는 지난 8월 유세에서 “안타깝게도 현재 주택 가격은 많은 미국인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올랐다”라며 “내 집 마련 장벽을 허물고 규제를 간소화해 첫 임기 말까지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

◇ 트럼프, 불법 이민자 추방으로 수요 낮추겠다

트럼프 후보의 주택 시장 정책은 해리스 후보에 비해 아직 덜 구체적인 편이다. 트럼프 후보는 주로 세금 혜택 제공, 규제 및 허가 요건 완화를 통한 주택 소유율을 골자로 한 주택 시장 정책을 언급하고 있다. 또 수백만 명의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는 방식으로 주택 수요를 줄이고 이를 통해 주택 비용을 낮출 것이라고도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일부 주택 시장 전문가들은 이러한 조치는 종종 불법 이민자가 신규 주택 건설에 고용되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주택 비용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트럼프 후보 캠프는 “역대급 인플레이션을 극복하고 모기지 금리를 3%로 낮춰 주택 비용을 줄일 것”이라며 “우리는 주택 비용을 증가시키는 규제를 없애고, 새로운 주택 비용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미주 한국일보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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