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대선 후보 자리를 확보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대선을 앞두고 발표한 낙태 관련 입장을 놓고 오랜 ‘우군’인 린지 그레이엄 연방 상원의원(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과 충돌했다.

낙태에 대한 규정을 각 주의 결정에 맡기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장에 그레이엄 의원이 공개적으로 반대를 표명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맹렬한 분노를 표출한 것이다.

그레이엄 의원은 8일 발표한 성명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발표한 낙태 입장에 대해 “임신 후반기의 낙태를 제한하자는 미국인의 공감대에 배치되는 것”이라며 “나는 낙태(낙태 관련 규제)가 주의 권한에 해당하는 이슈라는 트럼프의 성명에 정중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같은 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나는 그레이엄 때문에 자책한다”며 “왜냐면 그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유일한 이유는 그에 대한 내 지지 표명이었기 때문”이라고 썼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그레이엄 의원은 공화당과 우리나라에 거대한 폐를 끼치고 있다”며 그레이엄 의원의 입장이 처음에 낙태 전면 금지에서 임신 6주까지 허용, 15주까지 허용으로 잇달아 변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재임중 보수 우위로 확고히 재편된 대법원이 재작년 결정한 ‘로 앤 웨이드 판결(연방 차원에서 낙태 권리를 인정한 판결) 파기’에 대해 “모든 법학자들이 위대한 일로 보지만 가끔은 위대한 일들에도 어려움이 따른다”고 썼다.

그는 이어 “많은 좋은 공화당원들이 낙태 문제 때문에 선거에서 졌다”며 “그레이엄 같은 멈출 줄 모르는 사람들은 민주당원들에게 하원, 상원 그리고 심지어 대통령직까지 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1기(2017∼2021년)때 트럼프 전 대통령과 국정 현안에 대해 자주 소통하며 상원내 트럼프의 최측근으로 불렸다. 다만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결과 불복에 이견을 낸 데 이어 공화당의 정체성이 결부된 이슈인 낙태 문제에서 다시 트럼프 전 대통령에 각을 세웠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8일 트루스소셜에 올린 동영상 연설을 통해 임신 기간에 따른 낙태 제한을 언급하지 않은 채 “각 주가 투표나 입법에 의해 결정할 것이며, 결정된 것은 해당 주의 법이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공화당의 전통적 노선인 ‘낙태 제한'(Pro-Life·생명 존중)을 비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 같은 입장은 대선 승리를 위한 ‘타협’으로 여겨졌다.

낙태 권리를 보장하는 민주당 입장이 근래 치러진 몇몇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폭넓은 지지를 얻는 것으로 나타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의 낙태 제한 입장을 따를 경우 대선에서 여성표 득표 측면에서 불리해진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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