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중립성’ 지지 민주당 정부서도 해외망 사용료 안 내던 빅테크
트럼프 당선으로 미국 내 망 사용료 의무화돼도 국내 적용은 ‘불투명’
미 대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와 미국 빅테크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망 사용료 이슈가 대선 결과에 어떤 영향을 받을지 관심이 쏠린다.
관련 업계·당국에서는 현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빅테크에 망 사용료를 내게 하는 국내 입법 움직임에 미국 정부·업계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 온 만큼 두 후보 중 어느 하나가 당선된다고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는 보지 않고 있다.
30일 ICT 업계·당국에 따르면 미국의 방송·통신 정책을 담당하는 연방통신위원회(FCC)는 도널드 트럼프 후보 당선 시 미국서 폐기된 ‘망 중립성 원칙’을 되살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는 구글·넷플릭스 등 다량의 데이터를 발송하는 콘텐츠 사업자(CSP)가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ISP)에 데이터 발송량과 관계 없이 동일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망 중립성 원칙을 없앤 바 있다.
이후 바이든 행정부에서 이를 다시 복원하려는 움직임이 일었다.
하지만, 지난 8월 미국 제6연방항소법원이 연방통신위원회의 망 중립성 규정 복원을 일시 중단하라는 판결을 해 제동이 걸려 있는 상태다.
카멀라 해리스 후보가 바이든 행정부를 잇는다면 망 중립성이 복원될 가능성이 높고, 반대로 트럼프 후보가 승리하면 복원이 요원해진다는 이야기다.
다만, 미국 내에서 망 중립성 원칙의 운명이 어떻게 정해지느냐는 문제와 빅테크가 국내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에 망 사용료를 내도록 강제하는 것은 별개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에서 망 중립성이 폐기되면 오히려 망 사용료를 받기 힘들어질 수 있다”며 “빅테크의 미국 내 망 사용료 부담이 커지면서 한국이나 유럽 등 해외 통신사에 비용을 더 내지 않으려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국에서 망 중립성이 폐기되면 콘텐츠 전송 시발 지점에서 망 사용료를 이미 부담했다며 전송 도착 지점인 해외에서는 망 이용 대가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로 역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망 사용료 중립성 폐기가 국내 망 사용료 부담 의무화 입법의 동력이 돼 빅테크에 보다 강한 규제를 들이댈 수 있는 근거는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다른 통신업계 관계자는 “ICT 분야 규제 정책 수립에 있어 우리나라는 유럽연합(EU)보다 미국 정책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편이어서, 미국에서 망 중립성 원칙이 폐기된다면 망 사용량이 큰 업체의 비용 부담을 강화하는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과 역차별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 한국 양쪽에서 관련 규제가 잇따라 이뤄진다면 빅테크가 무조건적인 수용 반대를 고수할 수만은 없으리라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