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향후 모든 대선에서 후보 지지 안해”
신문 소유주 베이조스 ‘해리스 지지’ 제동
내부에선 “트럼프 승리 대비” “비겁” 반발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이번 대선부터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WP는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지지 선언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신문을 소유한 아마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이조스가 이를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WP 편집인 겸 최고경영자(CEO)인 윌리엄 루이스는 25일(현지시간) 독자들에게 쓴 글을 통해 “WP는 이번 대선에서 특정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앞으로 어떤 대선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WP는 후보 지지를 표명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것이 어떤 후보에 대한 묵시적 지지, 다른 후보에 대한 비난, 또는 책임의 포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읽힐 것임을 안다”면서도 “우리는 이것(지지 표명 거부)이 본지가 항상 지지해 온 가치와 리더에게 바라는 것, 즉 미국 윤리에 봉사하는 인격과 용기, 법치주의에 대한 경의, 그리고 모든 측면에서 인간 자유에 대한 존중과 일치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의 임무는 뉴스룸을 통해 모든 미국인에게 편파적이지 않은 뉴스를 제공해 독자들이 스스로 의견을 정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라며 독립성을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877년 창간된 WP는 여러 차례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해왔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WP가 대선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것은 36년 만”이라고 전했다.
다만 WP의 소유주 베이조스가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고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거세다. 미국 CNN방송은 WP의 ‘지지 중단 선언’이 신문을 소유한 아마존 최고경영자인 베이조스의 결정이었다고 보도했다. WP 내부에선 최근 해리스 지지 사설 초안을 작성했는데, 베이조스가 이 사설의 게재를 거부하면서 ‘지지 중단 선언’을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내부 반발도 뒤따랐다. WP 총괄편집인 로버트 케이건은 이 결정에 반발해 사표를 냈다. 케이건은 “이것은 분명히 베이조스가 트럼프의 승리를 예상하고 그의 호감을 사려는 시도”라며 “트럼프는 베이조스의 사업을 겨냥하겠다고 위협했고, 베이조스는 미국에서 가장 큰 회사 중 하나(아마존)를 운영한다”고 꼬집었다. WP 전 편집장 마틴 배런도 엑스(X)에 “이건 비겁한 짓이고, 민주주의의 희생양이다. 트럼프는 이를 베이조스와 다른 이들을 더욱 위협하는 초대장으로 볼 것”이라며 “용기로 명성을 떨쳤던 기관이 나약해진 모습이 놀랍다”고 비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WP의 결정은 다수를 놀라게 했다”며 “WP는 지난 두 차례 대선에서 트럼프의 경쟁자(조 바이든·힐러리 클린턴)를 지지했다”고 지적했다. NYT는 지난달 30일 사설을 통해 해리스 공식 지지를 선언한 바 있다. NYT는 해리스에 대해 “유일한 애국적 선택”이라면서 “트럼프는 사적 이익보다 국가 이익을 우선해야 하는 대통령직에 도덕적으로 부적합하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