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스트벨트 핵심 펜실베이니아서 CNN 주최 부동층 타운홀 행사에 출연
“이민문제 다루는 초당파적 법안 마련…바이든과 다른 사고로 일해왔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대선을 열사흘 앞둔 2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파시스트’라고 지칭하며 그가 대통령직에 부적합하다는 점을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러스트벨트'(오대호 인근 쇠락한 공업지대) 경합주 중에서도 핵심인 펜실베이니아주 체스터타운십에서 CNN 방송 주최로 열린 생방송 타운홀 행사에 출연, ‘트럼프가 파시스트라고 생각하느냐’는 진행자의 물음에 “그렇다”고 답하며 공세의 고삐를 죄었다.
이날은 애초 CNN이 민주, 공화 양당 대통령 후보에게 TV토론을 하자고 제안한 날이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를 거부함에 따라 해리스 부통령의 타운홀 행사로 진행됐다.
CNN은 형평을 맞추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도 타운홀 출연을 제안했지만, 그는 이마저 거부했다고 전했다.
이날 청중은 아직 자신이 투표할 후보를 정하지 않은 부동층 유권자로 구성됐다고 CNN은 설명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초박빙 접전 양상인 대선 판도 속에서 매우 작은 비율이라도 부동층 유권자들의 선택이 승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반(反)트럼프’ 표심을 자극하는 데 주력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나는 트럼프가 미국의 안녕과 안보에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며 “미 대통령이자 최고 군통수권자가 자신의 장군들에게 ‘와 히틀러의 장군들처럼 될 수 없는 이유가 뭐야’라고 했다. 이건 심각한 문제이며, 우리는 그가 누구인지 안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트럼프가 점점 불안정해져서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 부적합하다고 생각한다”고 직격한 뒤 트럼프 1기 행정부 요직을 맡았다가 이제는 ‘트럼프 비판’에 나선 인사들을 거론하며 “그들은 트럼프가 미국 헌법을 무시한다고 분명히 말했다. 그가 다시는 대통령직을 수행하면 안 된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해리스 부통령은 또 “레이건부터 트럼프 행정부에 이르기까지 (공화당 출신) 전직 행정부 인사 400여명이 나를 지지했는데 그 이유는 트럼프의 말과 행동에 근거해 그가 헌법을 수호하겠다는 선서를 지키지 않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두려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양극단으로 갈린 미국 정치 지형을 거론, “국민은 솔직히 지쳐 있다고 생각한다”며 “집무실에 앉아 복수와 보복을 계획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해결책에 집중하는 대통령을 원한다고 믿는다”며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2022∼2023년 남부 국경을 통한 이민자 유입이 급증한 것을 막지 못한 이유를 묻자 “의회와 협력해 장기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랐기 때문”이라며, 바이든 행정부가 내놓은 포괄적 국경통제 강화 법안이 좌초된 것에 대해 “트럼프가 법안을 발의하지 말고 폐기하라고 했다”며 책임을 돌렸다.
그는 또 “트럼프가 2016년 대선 때 국경 장벽 건설 비용을 멕시코가 지불하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멕시코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고, 추가로 장벽을 건설할 것인지를 묻자 “무너진 이민 시스템을 다루는 초당파적이고 포괄적 법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조 바이든 행정부와의 차별화를 묻는 질의에는 서민 가정에서 자란 경험과 소상공인 관련 공약 등을 설명하면서 “나는 바이든과는 완전히 다른 경험과 사고방식을 갖고 일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펜실베이니아는 이번 대선 경합주 7곳 가운데 가장 많은 선거인단(19명)이 배정돼 있어 양당 후보가 정치적 사활을 걸고 경쟁을 벌이는 곳이다.
원래 민주당 지지층이 많은 ‘블루월’로 통했으나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988년 이후 공화당 후보로는 처음으로 이겼으며, 2020년 대선에서는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이 다시 승리를 가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