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블루칼라·아랍계 포섭 시도에
해리스는 흑인 분노 자극… 투표 독려
다음 달 미국 대선에서 맞붙는 도널드 트럼프(공화당)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민주당) 부통령이 북부 경합주(州)인 미시간의 최대 도시 디트로이트를 연이어 방문해 유권자 쟁탈전을 벌였다. 트럼프가 먼저 민주당 행정부의 경제 실책과 중동 정책에 불만을 품은 블루칼라(생산직 노동자)와 아랍계·무슬림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 시도했고, 이튿날 해리스는 디트로이트 인구의 80%에 가까운 흑인의 ‘반(反)트럼프’ 정서를 자극하며 투표를 독려했다.
디트로이트서 디트로이트 폄하
트럼프는 18일(현지시간) ‘자동차 도시’로 유명한 디트로이트를 찾아 유세했다. 19일 미국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의 공략 대상은 경제를 걱정하는 블루칼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 발발 뒤 줄곧 이스라엘을 편든 조 바이든 행정부에 화가 난 아랍계 유권자였다.
그는 해리스가 당선되면 부자 증세 등 공약 탓에 “디트로이트가 경제적 아마겟돈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자신의 관세 공약은 자동차 공장을 디트로이트로 불러들여 “전 세계가 미시간의 부활을 목격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트럼프의 선거 구호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변형해 플래카드에 “디트로이트를 다시 위대하게”라고 써넣었다.
해리스는 “그(해리스)가 대통령이 되면 온 미국이 디트로이트처럼 될 것”이라는 이달 10일 디트로이트 유세 당시 트럼프 발언을 민주당 핵심 지지층 흑인 단속 기회로 활용했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디트로이트의 흑인 비율은 78%에 이른다. 19일 디트로이트 유세에 나선 해리스의 회색 재킷 안 검은 티셔츠에는 ‘디트로이트 대 모두’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트럼프의 해당 발언을 흑인 인종차별 모욕으로 간주한 해리스 캠프가 얼른 광고를 통해 ‘디트로이트 대 트럼프’ 구도를 만들기도 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트럼프 잔인” vs “해리스 아둔”
두 후보는 19일 저녁엔 남·북부 최대 경합주로 찢어져 공방을 이어갔다. 해리스는 남부 조지아주 대도시 애틀랜타 유세에서 “사람들의 슬픔을 경시한다. 잔인하다”며 트럼프를 비난했다. 조지아주 임신중지(낙태) 금지법 탓에 숨진 여성의 가족이 연 기자회견보다 자기 타운홀 미팅(유권자와의 대화) 녹화 방송의 시청률이 더 잘 나올 것이라는 트럼프의 최근 농담을 거론하면서다.
펜실베이니아주 소도시 래트로브를 유세 장소로 정한 트럼프는 “바이든(대통령)이 편 외교 정책과 정반대로만 하면 역사상 최고 대통령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비(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별칭)가 오늘 내게 전화해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만약 그가 바이든의 조언을 들었다면 이스라엘은 지금 위치(하마스 수장 야히아 신와르 제거)에 있지 못했을 것”이라고 비꼬면서다. 그는 “바이든도 똑똑하지 않지만 해리스는 바이든보다도 못하다”며 해리스를 조롱하기도 했다.